인력감축·임금삭감 나서
건설업계가 생존을 위한 자구노력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도급순위 41위의 중견 건설사가 맥없이 무너진 데 따른 충격으로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인력 감축과 임금 삭감 등 구조조정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우림건설은 지난 12일 기존 6부문 9본부를 7개 본부로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상대적으로 비대했던 영업 인력을 축소했다. 또 현재 쓰고 있는 강남 서초 사옥은 현금 마련을 위해 임대하는 대신 스스로는 임대료가 싼 성남 아파트형 공장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우림건설 관계자는 “임대로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매각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건설사 ㅇ사는 최근 임원 감축에 이어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팀장·간부급 이상의 임금을 5~20%가량 삭감하기로 했다. 또 다른 ㅇ사, ㄷ사 등은 조만간 임원과 팀장급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업부지와 보유지분 등을 매각하는 사례도 일반화됐다. 현진은 최근 대한주택보증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에 지방 2개 사업지의 매입을 신청했고, 토지공사의 공공택지 매입 프로그램도 신청할 계획이다. 또 2006년에 매입한 중국 쿤산의 주상복합아파트 부지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경남기업은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안에 있는 계열사인 ‘중앙청과’를 태평양개발에 250억원에 팔았고, 동문건설은 자사가 최대 주주로 있던 홈네트워크 전문업체 르네코의 주식 30.56%와 경영권을 최근 200억원에 매각했다. 또 한라건설은 지난 4일 새론오토모티브 주식 6.68%를 최대주주인 일본 닛신보사에 매각하고 182억5892만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한편 대한건설협회는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제단체장, 금융기관장 조찬간담회에서 흑자도산 위기를 맞고 있는 건설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정부와 금융권에 촉구했다. 권홍사 대한건설협회장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과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만기가 도래했을 때 해당 건설사가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대주단이 평가해 금융권이 만기연장, 이자감면 등을 강제 적용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건설사가 금융기관 대주단협약에 가입해야 주채권은행의 판단을 거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건설사들은 개별적인 대주단 협약 가입이 부도위험을 스스로 알리는 것이라고 우려해 가입을 꺼리고 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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