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4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엘지전자 전사임원회의는 ‘토크쇼’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회의가 진행돼 화제가 됐다. 사진은 이 회의에서 남용 부회장이 말하고 있는 모습. 엘지전자 제공
임원 적응프로그램과 정기 ‘오픈 토크’가 큰 구실
휴대폰 영업이익률 삼성 누르고, 의사결정 빨라져
외국인 임원 5명 영입 1년만에 우려는 만족으로
휴대폰 영업이익률 삼성 누르고, 의사결정 빨라져
외국인 임원 5명 영입 1년만에 우려는 만족으로
“어시밀레이션 프로그램과 오픈컴을 아시나요?”
엘지전자의 ‘조직융화 프로그램’이 외국인 최고임원들과 만나 톡톡히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남용 부회장이 더모트 보든 부사장을 최고마케팅책임자로 임명하는 등 모두 5명의 외국인 최고임원을 영입한 지 꼭 1년, 불안감과 불만이 뒤섞였던 내부의 우려는 차츰 긍정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배경엔 우선 실적이 있다. 3분기 실적만으로 엘지전자는 이미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일찌감치 예약했다. 휴대전화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이나 대당 수익률을 눌러버렸다. 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조직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엘지전자의 한 직원은 “무엇보다 상하관계가 부드러워지고 의사결정이 빨라졌다”고 말한다. 직원들의 역량개발 열의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이들 덕에 엘지전자의 각종 행사 패턴도 변했다. 여름에 열린 전사임원회의(GMM)에선 보든 부사장이 토크쇼 사회자 역할을 맡아, 딱딱한 프리젠테이션 대신 관련 임원을 초대석에 불러내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지난 5월 열린 제1회 글로벌서플라이어스 데이도, 최고구매책임자인 토마스 린튼 부사장이 나서 퀄컴 등 외국 협력업체들이 문화적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이끌었다.
외국인 임원들도 처음부터 적응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그때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엘지전자 특유의 ‘어시밀레이션 프로그램’과 ‘오픈 커뮤니케이션’이다. 어시밀레이션은 조직원들이 신규로 임명된 임원이나 조직책임자를 빠르게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임원들에겐 일종의 ‘신고식’인 셈인데, 팽팽한 열기 속에서 보통 3시간 이상씩 진행된다. 임원이 자신을 자유롭게 소개하면 무기명으로 질문지가 들어오는데, 그에겐 딱 5가지 질문 거부권이 주어질 뿐,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야 한다.
이후엔 월별이나 분기별로 정기적으로 오픈커뮤니케이션을 반드시 실시한다. 이때 조직책임자들에겐 ‘세븐돈츠’(‘7가지 해선 안되는 일’) 원칙이 적용된다고 한다. 7가지는 사전 양해없는 일정 변경, 참석자 사생활 관련 발언, 자기자랑, 참석자 제안 무시, 참석자 발언 끊기, 질문·제안에 대한 뒷조사, 다른 조직과의 비교를 말한다. 이런 오픈컴이 정착하자 최근엔 조직과 조직 간의 오픈컴들도 등장했다. 최고책임자들의 영입과 사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로 조직간 중복업무는 크게 줄어들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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