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 비교
“삼성, 지주회사로 전환할수 있게 논의해야”
청와대·금융위 부인에도 여당선 ‘모락모락’
추가완화땐 ‘특혜 없다’던 정부입장 뒤집어
청와대·금융위 부인에도 여당선 ‘모락모락’
추가완화땐 ‘특혜 없다’던 정부입장 뒤집어
삼성그룹이 현 소유지배구조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금산분리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추가 완화하는 방안이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어 주목된다.
청와대는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G20과 아펙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이 문제에 대한 검토지시를 내렸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대통령이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에 관련한 보고 자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금융지주회사법의 소관부처인 금융위 관계자도 “현재까지 공식·비공식적으로 한나라당이나 청와대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공식적으로는 정부안에서 아직 변화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변화 가능성을 열어놓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한나라당의 금융지주회법 의원입법을 주도하고 있는 공성진 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마치 삼성을 엄청 봐주는 것처럼 돼있는데 사실무근”이라면서 “애초 정부 방안대로 삼성에버랜드를 (보험)지주회사로 두고 그 밑에 삼성생명과 전자 등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안을 발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은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방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 위해 의원입법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고승덕 의원은 “당 정책위 주관의 정조위원회에서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으면 법 개정의 의미가 없으니까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논의해야 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한다. 규제를 화끈하게 풀어줘서 최대재벌인 삼성의 투자를 유인하고 친기업 이미지를 확실히 보여주자는 발상이다.
한나라당이 금융지주회사법 추가완화를 놓고 저울질하는 것은 무엇보다 삼성의 반발 때문이다. 삼성은 정부가 보험지주회사의 경우 보험자회사 밑에 일반(비금융) 손자회사를 둘 수 없도록 제한한 것에 큰 불만을 나타내왔다. 삼성은 정부안대로라면 자신들에게는 금산분리 완화의 혜택이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이건희 전 삼성회장의 아들인 아재용 삼성전자 전무→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다른 계열사로 이어지는 현행 소유지배구조의 틀에서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분 7.3%를 그대로 보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행 보험업법상 생보사가 자회사가 아니라 투자목적으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가질 경우 최대주주여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이 때문에 삼성전자 지분을 2대주주인 삼성물산(4.02%) 밑으로 줄여야 한다. 삼성그룹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윤순봉 삼성물산 부사장은 기자들에게 “여권과의 교감은 전혀 없었다”고 부인하면서도, 정부안에 대한 불만을 재확인했다. 삼성의 불만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 등을 통해 정부, 여당에 전달됐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정부안 발표 뒤 삼성의 의견을 수렴해서 의견서를 제출했다”면서 “현재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예외로 하던가, 아니면 보유 한도를 아예 10%까지 늘려주는 등의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건의안대로 금융지주회사법이 추가완화될 경우 현행 지배구조를 거의 손대지 않고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게 되는 엄청난 헤택을 얻게 된다. 삼성이 이날 정부가 금융지주회사법을 추가완화해도 지주회사 전환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은 것도 특혜시비를 의식한 계산된 행동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주회사 전환이 쉽지 않은 이유로 에버랜드가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삼으려면 지분 30% 확보를 위해 2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지주회사법이 추가 완화되면 굳이 에버랜드가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둘 이유가 사라진다며 삼성 주장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금융지주회사법의 추가완화는 정부로서는 기존 정책방향을 스스로 뒤집는 꼴이어서 큰 부담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보험자회사에 일반 손자회사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삼성에 대한 특혜 시비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결국 한나라당이 금융지주회사법 추가완화에 총대를 매더라도, ‘삼성 봐주기’ 논란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참여정부 시절 삼성의 금산법 위반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금산법 개정 파동’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논평에서 “참여정부가 재벌개혁을 포기하고 삼성의 포로가 되었다는 비판을 자초했듯이, 금융지주회사법 추가완화는 이명박 정부의 실체가 ‘삼성 프렌드리’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김영희, 김경락, 이유주연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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