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이 미국 재무성의 250억달러 공적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파산 위기에 봉착했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뉴욕에 있는 씨티은행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뉴욕/AP 연합
[열려라 경제]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진단&전망
이달 중순 0.5%로 추가인하 예상…유럽도 공조할듯
예금이탈·환매요구-금융사 자산매각 악순환 우려 높아
지난 10월31일 미국 재무부의 250억달러 공적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미국 씨티그룹이 결국 파산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11월20일 미국 언론들은 씨티그룹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과 합병하거나 자사 증권부문인 스미스바니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를 계기로 씨티그룹 주가는 다음날 4달러 밑으로 폭락했다. 이에 재무부는 11월24일 씨티그룹에 대해 200억달러의 자본보강 공적자금 지원과 3060억달러의 부실자산에 대한 지급 보증을 발표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씨티그룹의 앞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올 9월 말 현재 씨티그룹의 서브프라임론 관련 위험자산 규모는 총 1552억달러다. 이 가운데 2007년 3분기부터 2008년 3분기까지 상각처리 한 평가손실액만 해도 모두 440억5천만달러를 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씨티그룹의 북미지역 주택모기지 대출의 연체율 및 대손상각률도 2007년 하반기부터 급증하고 있으며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씨티그룹의 경영실적 역시 2007년 4분기부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순수익은 2007년 2분기에 258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론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로 2008년 3분기에는 167억달러로 급감했다. 이처럼 영업실적 악화에다 대규모 투자손실까지 겹쳐 2007년 4분기부터 2008년 3분기까지 누적 적자만 203억달러 수준에 이르고 있다. 손실의 대부분은 북미와 유럽 지역의 투자은행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금융시장 신용경색이 계속되고 경기 침체가 확대됨에 따라 가계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카드와 소비자금융 부문도 적자로 전락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영업환경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총자산 추이를 보면 2007년 3분기에 2조3581억달러였으나, 2008년 3분기 말에는 2조505억달러로 무려 3076억달러나 줄었다. 소비자대출과 기업대출을 합쳐 약 570억달러가 줄었다. 게다가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로 투자자산 매각도 급증했다. 그런가 하면 올 3월의 베어스턴스 파산 이후 예금자들의 대규모 예금이탈도 계속되고 있다. 총예금은 2008년 1분기말 8312억달러였으나 3분기 말에는 7803억달러로 불과 6개월 만에 509억달러가 이탈했다. 이러한 예금이탈 움직임은 10월과 11월에도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의 예금이탈은 미국 내 영업점보다는 해외 영업점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해외 영업점에서 유이자성 예금이 590억달러나 빠져나갔다. 이는 미국 금융기관들의 부실 확대에 대한 불안감이 진정되지 않고 있는 탓도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금리를 급격하게 인하하여 굳이 초저금리 수준의 미국 달러 예금을 보유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금이탈이 급속히 진행되자 씨티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한 투자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주가가 계속 폭락하고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 채권과 파생상품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투자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대규모 투자손실이 나하고 있다.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준은 경기가 빠르게 후퇴함에 따라 12월 중순에 임시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방기준금리를 현행의 1%에서 0.75~0.5%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도 금리인하 공조를 시사하고 있으나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는 미국 은행들의 예금이탈을 더욱 가속화시킬 위험이 높다. 이미 초저금리 또는 제로금리 수준에 가까운 상태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부동산이나 주가 부양 또는 기업 투자를 촉진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공적자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등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초저금리로 인한 예금이탈과 자산가격 급락으로 투자자들의 환매요구가 계속되는 한 금융기관들은 유동성 부족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융기관들은 대규모 자산매각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거액의 손실이 발생하는 악순환에 빠져 파산 위험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예금이탈과 환매요구가 계속되는 한 세계 금융시장의 신용위험과 금융기관의 파산위험 역시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김광수 소장(cafe.daum.net/kseriforum)
예금이탈·환매요구-금융사 자산매각 악순환 우려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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