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 비교
현행 자회사규정 적용하면 20조원이상 자금 소요
삼성전자 예외 인정땐 지주회사체제 원칙 무력화
삼성전자 예외 인정땐 지주회사체제 원칙 무력화
삼성이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에도 핵심인 삼성전자는 그에 편입되지 않도록 정부·여당에 요구하고 나서 국회의 법개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는 금융지주회사법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어서, 특혜시비와 함께 ‘법을 지키기보다 법 위에 군림하려 한다’는 삼성 비판론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체제에서 빠지려는 이유로는 몇 가지가 꼽힌다. 전자가 삼성생명의 자회사로 지주회사 체제에 편입되면 이건희 전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씨를 정점으로 해서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현 지배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삼성 지배구조에서 핵심 고리는 생명이 갖고 있는 전자 지분 7.2%다. 금융지주회사법은 ‘계열사이면서 최대 출자자’인 경우 ‘자회사’로 규정한다. 그러나 현행법은 물론 정부·여당의 금산분리 완화안도 보험자회사(생명)의 비금융손자회사(전자) 보유를 금하고 있어, 생명은 전자가 자회사에 해당되지 않도록 조처를 취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생명의 전자 주식 일부를 팔아 전자의 2대 주주인 삼성물산의 지분(4%) 밑으로 낮추는 것이지만, 전자에 대한 경영권 약화를 이유로 삼성이 난색이다. 보험자회사가 비금융손자회사를 가질 수 있도록 허용돼도, 자회사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부담은 마찬가지다. 자(손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가져야 하는 의무 때문에 생명은 전자 지분을 23% 정도 더 취득해야 하는데, 최소 20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정부가 금산분리를 완화하면서 대주주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금융지주회사가 보유한 비금융자(손자)회사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처럼 임점검사를 하기로 한 것도 큰 부담이다. 금융위와 공정위 관계자들은 “임점검사를 하면 전자의 자금흐름과 거래내역이 투명하게 노출된다”고 말했다.
삼성이 부담을 근본적으로 피하는 방법은 아예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삼성은 이 전 회장이 삼성차 부채 처리용으로 채권단에 맡긴 생명 주식 때문에 앞으로 2~3년 안에 생명을 상장해야 할 형편이다. 이렇게 되면 최대 주주인 에버랜드는 자연스럽게 보험지주회사가 된다.
금융위와 공정위는 삼성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상 특혜라고 말한다. 지주회사 체제는 지배구조가 간결·투명하다는 장점 때문에 순환출자에 의존한 재벌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대신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삼성이 전자를 지배하는데도 법적으로는 지배하지 않는 것처럼 눈감아 주는 것은 지주회사 제도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미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엘지 등 다른 그룹과의 형평성 문제도 나올 수 있다. 금융위와 공정위는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현 지배구조를 그대로 인정해 달라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삼성도 논란이 확산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비자금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둔데다,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마당에 그룹 로비 논란이 나오는 것도 껄끄럽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문제는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한나라당은 법안 심의 과정에서 삼성 요구안도 검토할 계획이지만, 자칫 여론을 무시하고 강행한다면 노무현 정부 때 벌어졌던 금산법 개정 파동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김영희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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