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해서 돈 벌어 사고나 치고” MB 한마디에
농협,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 내놔
농협,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 내놔
농협중앙회가 이명박 대통령의 강한 질책에 놀라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4일 아침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농협이 정치를 하니까 안 된다”며 “농협 간부라는 사람들이 농민을 위해 온 머리를 다 써야지, 농민들은 다 죽어가는데 정치한다고 왔다갔다 하면서 이권에나 개입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는 최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및 자회사 휴켐스 매각 관련 의혹을 두고 한 발언으로 보인다. 농협에선 한호선, 원철희, 정대근씨 등 역대 민선 중앙회장들이 줄줄이 비자금 조성 또는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되면서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대통령은 “농협이 금융하고 뭐 해서 돈을 몇 조씩 벌고 있는데, 번 돈을 농민들에게 돌려줘라”며 “벌어 갖고 사고나 치고 말이야”라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농협은 이날 각 사업부문 대표들이 모여 6시간이 넘는 긴급 대책회의를 연 끝에, 신용(금융)사업 부문을 중앙회에서 분리해 별도의 금융지주회사를 만들기로 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개혁 방안을 마련했다. 구체적 실행 방안과 일정은 5일 소집되는 비상경영위원회에서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농협이 이날 내놓은 구조조정 방안은 △지주회사제 도입을 통한 지배구조 혁신 △인적쇄신을 통한 구조조정 △농기계 임대사업 조기 정착 △유사업종 자회사 통합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농산물 산지 점유율 60%, 소비지 점유율 15% 달성 등이다.
농협은 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부문을 각각 금융지주, 사업지주사로 전환하면서 분리하고 중앙회에는 경영 전략, 일선 조합 지원 및 교육, 상호금융, 농자재 구매·군납 등 정책 경제사업 정도만 남기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지주사는 은행·보험·증권·자산운용사업 등을 하는 자회사를 거느리고, 사업지주회사는 산지 유통·농수산 도매·축산 가공 등을 자회사로 두게 된다. 이렇게 사업 부문들이 확실히 분리되면 자연스럽게 중앙회나 중앙회장의 권한이 줄어들고, 각 사업 부문에 대한 영향력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농협 쪽은 설명했다.
아울러 농협은 경제·교육 사업 활성 차원에서 2015년까지 3천평이상 규모의 소비지 대형직거래망 50개를 확충하고, 700여개 교육 지원사업 가운데 선심성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다.
권태호 김수헌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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