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설문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한나라당이 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공정거래법의 개정을 연내 강행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룹은 두 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금융-산업자본 분리원칙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와 같은 규제완화가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도 각각 1~4곳에 그쳐, 정부 여당이 경제살리기를 위한 규제완화를 이유로 경제관련 쟁점법안의 연내 개정을 강행할 명분이 약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겨레>가 28일 삼성·현대기아차·에스케이·엘지·롯데·포스코·지에스·금호아시아나·한진·한화 등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경제관련 3대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한나라당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내 개정을 강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응답한 곳은 에스케이와 포스코뿐이었다. 삼성과 지에스는 “모르겠다”고 대답했고, 나머지 6곳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연내 강행처리에 반대한 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쟁점법안이 처리돼야 경제활성화가 된다는 여당 주장이나, 법이 통과되면 큰 부작용이 있다는 야당 주장은 모두 설득력이 약하다”며 “경제위기 속에서 하루하루 생존싸움을 하는 기업들에는 너무 한가한 얘기”라고 꼬집었다.
은행법 개정을 통해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보유한도를 4%에서 10%로 완화하는 것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곳은 롯데 하나에 그쳤다.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재벌 계열사가 다른 회사에 출자할 때 순자산의 40%로 제한하는 출총제를 폐지하는 것이 투자확대 등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그룹은 롯데·금호아시아나·한화 등 3곳이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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