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부위원장 발언 논란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우리나라의 금산분리 규제가 미국보다 더 엄격하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사실 왜곡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부위원장은 30일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국도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15%까지 허용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4%로 너무 과도하게 규제했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위가 지난달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보유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높이는 금산분리 완화안을 내놓고, 한나라당이 이를 토대로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민주당이 대주주의 사금고 전락, 경제력 집중 심화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부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현행 미국의 금산분리 관련 규정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율이 15% 미만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허용하는 게 아니고 지분이 더 많은 다른 지배주주가 없으면 은행을 지배하는 것으로 본다. 또 산업자본이 지분율 15% 미만의 소수주주라고 하더라도 은행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 역시 은행을 지배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미국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를 15%까지는 아무런 제약 없이 허용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어 “이 부위원장의 발언은 실제 미국의 관련 제도의 취지와 전혀 부합하지 않는 혹세무민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인수위원까지 지낸 이 부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금산분리 완화법안 처리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대변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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