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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남들 감원할때 “투자 적기” 연말보너스에 장려금까지

등록 2009-01-01 19:07수정 2009-01-01 19:20

유한킴벌리의 ‘뉴패러다임 경영’
충주에 공장신축… 올해도 정년연장 검토
외환위기때도 직원에 투자해 경쟁력 높여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도 매출감소와 적자전환의 수렁 속에서 하루하루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생산량 감축과 임시휴업, 임금동결이 단행되고 심지어 임금삭감과 감원이라는 최후수단마저 동원된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과 순이익이 두자리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직원들에게 두둑한 연말 성과급과 장려금까지 챙겨주는 회사에 다닌다면 기분이 어떨까?

국내 생활용품업계 1위인 유한킴벌리의 임직원들이 그 부러움의 주인공이다. 유한킴벌리의 1700여 직원들은 지난 연말 200%의 성과급과 150만원의 평생학습장려금을 받았다. 700~800%의 정기상여금은 물론 별도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지난해 경영실적이 그만큼 좋았기 때문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5% 늘어난 1조18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1조원 돌파는 창사 38년 만에 처음이다. 순이익도 1210억원으로 15% 늘었다. 내수시장의 정체를 메워준 수출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수출실적은 1740억원으로 60%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 경영계획도 투자중단, 고용축소, 비용삭감 등 축소 일변도인 다른 기업들과는 딴판이다. 매출과 순이익은 두자리수 신장률이 목표다. 수출도 20%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세계경기가 안좋아도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생활용품을 앞세우고 합작선인 킴벌리클라크의 글로벌 판매망을 활용하면 달성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2천여억원을 들여 충주에 짓는 신공장도 계획대로 진행한다. 2011년 가동에 들어갈 신공장은 글로벌시장을 겨냥해서 프리미엄급 기저귀와 여성용 생리대 등을 생산한다. 이은욱 부사장은 “충청북도, 충주시와의 투자약속도 중요하지만, 활황기에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면 불황기에 투자해야 한다”며 “오히려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말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유한킴벌리의 ‘역발상 경영’은 고용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원정년을 늘리고, 신규채용도 예년 수준으로 한다. 유한킴벌리의 정년은 몇년 전만 해도 55살이었다. 하지만 매년 연장하면서 지난해에는 58살로 높아졌다. 올해에도 1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유한킴벌리는 직장 내 평생학습체제를 구축해서 직원들을 지식노동자로 육성하는 것을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전략으로 삼는다. 경력이 오랜 숙련노동자를 붙잡아두는 게 곧 경쟁력인 점에서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닮은꼴이다. 다른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줄이고 있는 사회공헌 예산도 예년처럼 매출의 1% 정도로 책정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경영사정이 좋으면 하고, 어려우면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라는 경영철학 때문이다.

이런 역발상 경영은 12년 전 외환위기 때 겪은 소중한 경험에 뿌리를 둔다. 다른 기업들이 감원할 때 유한킴벌리는 교대조를 3개에서 4개로 늘려 고용을 유지·확대하고 여유시간을 직원학습에 투입해서 지식근로자를 양성하는 ‘뉴패러다임 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였다. 문국현 전 사장이 주창한 뉴패러다임은 “21세기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첩경은 지식근로자를 양성하는 것”이라는 미국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지론과 같다. 이영호 뉴패러다임센터 연구기획팀장은 “경영난 속에서도 직원에게 투자해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한 게 유한킴벌리가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비결”이라면서 “밀폐용기 전문업체인 락앤락이 좋은 실적을 내고 올해 신규채용을 늘리기로 한 것도 뉴패러다임 도입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노사가 협력해서 고용유지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유한킴벌리의 상생적 노사관계는 올해도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신성태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노동자들도 상대적으로 일손에 여유가 있는 곳에서 일손이 부족한 곳으로 인력을 전환배치하는데 협력해서 회사의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욱 부사장은 “힘들다고 감원과 감산, 투자중단을 하면 회사와 사회가 함께 어려워진다”며 “위기일수록 고용을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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