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앤락’ 김준일 회장
“불황기가 인재 뽑을 적기”
올 130명 뽑아 외국 현지근무 투입
공격적 경영으로 중국서도 대성공
김준일 회장 “우린 수비 대신 공격”
올 130명 뽑아 외국 현지근무 투입
공격적 경영으로 중국서도 대성공
김준일 회장 “우린 수비 대신 공격”
밀폐용기 전문업체인 락앤락의 김준일 회장(57·사진)이 서울 서초동 사무실로 올해 첫 출근을 한 것은 지난 5일이다. 연초 나흘 동안은 상하이 등 중국 현지법인을 직접 둘러봤다. 김 회장은 하루 뒤인 6일 다시 동남아 출장길에 올랐다. 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시장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외국 생산·마케팅 현장에 직접 찾아 현안을 즉시 처리하는 김 회장 특유의 ‘심플앤스피드’ 경영으로 연초부터 쉴 틈이 없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에도 외국출장 40여 차례라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이런 김 회장이 오는 19일에는 서울로 꼭 돌아와야 할 일이 생겼다. 김 회장은 “올해 첫번째로 직원들을 뽑는 날”이라며 “하루종일 쉬지 않고 면접을 봐야 할 것 같다”고 웃는다.
락앤락은 올해 네차례에 걸쳐 모두 130명을 채용한다. 지난해 뽑은 80명에 비해 60% 이상 많다. 신규채용 인력은 대부분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남미 등 외국에 투입한다. 극심한 불황기를 맞아 다른 기업들은 생존을 화두로 삼아 감산은 물론 임금과 인원의 동결 내지 축소에 급급한데, 락앤락은 오히려 채용을 늘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출국 직전 <한겨레>와 만난 김 회장은 “올해 공격적인 경영목표를 달성하려면 새 우수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평소에는 뽑을 수 없는 좋은 인력들이 불황기에는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지금이 적기”라고 말한다.
락앤락은 올해 매출 4340억원과 순이익 45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에 비해 각각 44%와 55% 많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수출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매출의 75% 이상을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락앤락으로서는 무모한 게 아닐까? 하지만 김 회장은 고개를 젓는다. “락앤락은 전세계 11곳에 현지법인을 두고, 104개국에 제품을 팔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나라마다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충격이 적은 아시아 신흥시장을 공략하면 올해 목표는 충분히 가능하다.”
김 회장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중국에서의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락앤락은 지난해 창립 30돌을 맞았지만, 본격 성장은 2000년 이후부터다. 락앤락을 세계 3위의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 두 가지 핵심전략은 락앤락 하나에 집중한 ‘브랜드 차별화’와 ‘세계화’다. 한국시장에 연연하지 않고 오히려 글로벌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한 세계화 전략의 성공사례가 중국이다. 중국에 처음 진출한 2004년에 거둔 매출은 고작 80만달러였다. 그러나 5년 뒤인 지난해에는 90배인 7천만달러(1천억원)로 급증하며, 한국보다 더 커졌다.
락앤락이 짧은 기간에 중국에 뿌리를 내린 비결은 무엇일까? 김 회장은 “중국 공장을 한국보다 더 최신설비로 짓고. 홍보·광고·마케팅·매장관리를 한국과 똑같은 수준으로 했다”며 “진출 2년째부터 남들은 하지 않는 텔레비전 광고를 하고 현지 백화점 등에 의존하는 대신 직영점을 여러 곳에 여는 등 과감히 투자한 것이 지금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중국 언론인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한국의 모든 가정에서 락앤락을 쓴다”는 이미지를 심어준 홍보전략도 주효했다. 김 회장은 “다른 한국기업들처럼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중국기업과 경쟁하는 대신, 그들이 못하고 우리만 할 수 있는 마케팅에서 승부를 건 게 맞아떨어졌다”며 “남들은 여의치 않으면 철수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우리는 실패하면 죽는다는 배수진을 쳤다”고 말한다. 현재 락앤락은 중국에 생산·유통법인 6곳을 두고 있다. 직영점만 베이징·상하이 등 60곳을 넘는다. 상하이 등 연안지역에서의 락앤락 인지도는 90%를 넘을 정도다. 올해는 배후도시와 내륙지역까지 공략할 계획이다. 오는 2월부터는 베트남 현지공장을 가동하며, 인도네시아 현지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다.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 ‘공격경영’과, 불황기를 역이용해 인재확보에 나서는 ‘역발상 경영’을 보여주는 김 회장이 내놓는 경제위기 극복의 해법도 독특하다. “세계적인 석학들의 이론도 맞지 않는 상황에서 답은 오직 하나 열심히 뛰는 열정이다. 남들은 생존만을 생각해 움츠러들 때 락앤락은 수비보다 공격을 선택한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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