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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구택 포스코 회장 사퇴…‘형님’에 밉보여서?

등록 2009-01-16 14:41

포스코 사외이사진
포스코 사외이사진
갑작스런 사임 설명안돼 각종 설 난무
“노 정부때 이 의원 도움요청 안들어줘”
임직원·사외이사들 “잘못도 없이 왜…”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15일 결산 이사회에서 공식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이명박 정부의 외압설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의 최고경영자가 중도 하차한 선례가 이미 세차례나 있는데다, 이 회장마저 임기가 1년이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돌연 사퇴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이 회장의 사퇴선언에 대해 회사 임직원들과 사외이사들은 모두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백인규 노경협의회 노쪽 대표는 “그동안 최고의 실적을 보여온 이 회장이 큰 잘못도 없이 결국 임기를 지키지 못하는 모습을 바라보니 정말로 충격이 크고 안타깝다”며 “오늘 경제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 하는 회의를 노경협의회 간부들과 했는데 다들 허탈해하고 안타까워한다”고 전했다. 사외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는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고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도 “생각지도 못했던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역시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청와대가 전날 이 회장의 사퇴를 둘러싼 ‘정치권 압력설’ 차단에 나선 것도 이런 의혹의 확산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왜 민간기업의 회장 사퇴에 청와대가 답을 해야 하느냐”며 “외풍 의혹은 못 들어봤다”고 일축했다. 청와대 스스로도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시장자율을 강조해온 이명박 정부이기에 민간기업인 포스코의 인사에 개입할 근거나 명분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한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은 정상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해명은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구택 회장 재임기간 포스코 매출 이익 추이
이구택 회장 재임기간 포스코 매출 이익 추이
오히려 포스코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물러나게 된 배경을 놓고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에게 밉보였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노무현 정권 때 포항이 지역구인 이 의원이 이 회장에게 여러차례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 회장이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이 회장을 퇴진 대상으로 점찍었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 의원의 요청을 들어주지 못한 것은 개인의 생각보다는 정치적 환경을 고려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았겠냐”며 “정권이 바뀌면서 그것이 결국 화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최고 실세인 이 의원의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중간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흥미롭다. 평소 이상득 의원과 잘 아는 사이인 박 명예회장이 회사 안팎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회장의 퇴진을 설득하는 대신 차기 회장은 포스코 내부에서 기용하는 카드로 조정역을 자임했다는 것이다. 포스코 안에서는 박 명예회장과 이 회장의 관계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아주 가까운 것도 아니라는 얘기가 많다. 박 명예회장으로서는 내부 인사를 후임자로 기용하는 데 성공할 경우 이 회장을 임기 중에 물러나게 하는 데 앞장섰다는 부담보다는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했다는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다는 고려를 했음직하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차기 회장으로 내부인사가 기용될 경우 박 명예회장의 건재를 다시 한번 보여주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외이사들도 외부 인사 기용에는 강한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 의장은 “전세계적인 불황기에 외부에서 사람이 와서 업무 파악에 몇 달을 보낸다면 오히려 멀쩡한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거나 귀중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내부승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포스코로서는 안으로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판매부진에 직면한 데 이어 외부적으로는 최고 사령탑의 갑작스런 퇴진이라는 두 가지 악재에 동시에 직면하게 됐다. 증시에서는 이 회장의 갑작스런 사퇴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중기적으로 투자자들한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수석연구원은 “대표이사는 주주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해 달라고 임명해 놓은 것인데 주주 이외의 힘에 의해 그만두게 되면 잘못된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분명 디스카운트 요인”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황상철 이형섭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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