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공장총량제 완화,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 제2기 신도시 건설….
정부의 수도권 정책기조가 ‘억제’에서 ‘적극적 발전정책’으로 선회하면서, 각종 규제완화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돼온 정부 정책이 뿌리부터 흔들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수도권 집중을 더 심화시키고 지방균형발전을 망치게 하는 조처라며 거세게 반발한다.
■고삐 풀린 수도권 규제=정부가 지난 11일 외국인투자기업 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까지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한 것은 경기도와 대기업들의 규제완화 요구가 상당부분 수용된 결과다. 그동안 정부는 과도한 수도권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설은 금지하고, 14개 참단업종에 한해 증설만 허용해왔다.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허용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는 20일 열리는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에서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경기도는 최소한 외투기업에 허용된 25개 업종은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산자부와 재정경제부는 외투기업 수준으로, 건교부와 국가균형발전위는 14개 업종에 대해서만 허용해야 한다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국내 대기업의 투자계획, 수도권 투자의 필요성, 지방투자의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절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산자부는 공장총량제를 완화해 수도권에서 건축 가능한 공장면적을 늘려주기로 했고, 교육부는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건설교통부의 경우 정비발전지구제도를 도입해 예외적으로 법인세, 지방세, 과밀부담금 등을 감면해주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건교부는 또 판교, 동탄, 김포 등 수도권 8개 지구에 새도시를 추진 중이다.
■‘수도권 발전정책’힘받나=최근 수도권 규제완화의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 변화가 깔려있다. 정부 관계자는 “역대 정부가 소극적 지방육성 정책에 억제적 수도권 정책을 폈다면, 참여정부는 적극적 지방육성과 함께 적극적 수도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 위원장도 “지난 7일 열린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에서 적극적 수도권 발전정책이 필요하다는 기본방향에 대해 합의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규제 일변도의 기존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그러나 문제는 수도권 규제완화 효과는 즉각 나타나는데 반해, 아직 계획단계인 행정도시와 공공기관 지방이전, 기업도시 건설 등 지방육성 정책의 효과는 매우 느리게 나타난다는 데 있다. 박완기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국장은 “수도권 정책은 적어도 지방분산 정책과 균형을 맞추거나 뒤따라가야 하는데, 최근의 양상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단국대 조명래 교수(도시 및 지역계획)도 “수도권 집중과 과밀화에 따른 교통혼잡과 환경 등 사회적 비용문제는 외면하고 당장의 효과만을 내세우는 대기업 요구에 밀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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