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형 자동차 _ “친환경 자동차만 살아남아”
지난해 10월 현대자동차는 연료겸용차(하이브리드카) ‘클릭’을 내놓으며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한걸음을 더 내디뎠다. 그렇지만 아직은 소량 양산을 통한 시범운행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1997년 일본의 도요타가 연료겸용차 ‘프리우스’의 시판에 들어간 것에 견주면, 상용화에 7~8년 뒤진 셈이다.
현대·기아차 남양종합기술연구소에서 미래형 자동차 개발을 이끌고 있는 이기상(47) 하이브리드개발팀장은 “수년 안에 일본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 팀장은 “일본이 2차대전 이전부터 자동차를 비롯해 비행기까지 자체 개발해온 점을 감안하면 출발이 수십년 늦은 한국 자동차의 개발 수준이나 품질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 자동차회사들이 사활을 걸고 개발경쟁에 나서고 있는 미래형 자동차는 100년이 넘은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 팀장은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화석연료 고갈 현상이 심해지면서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한 업체는 주도적 위치에 오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는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2020년께는 연료겸용 및 수소연료전지차가 전체 시장의 50% 이상, 2030년에는 80% 이상 차지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의 한 축인 연료겸용차는 가솔린엔진과 같은 내연기관에 전기모터를 결합한, 두 가지 이상의 구동장치를 동시에 단 차를 말한다. 연료 소모를 줄이고 연비를 향상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차량이다. 연료겸용 차량의 상용화는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가 앞서 있다. 도요타는 1997년, 혼다는 1999년에 각각 ‘프리우스’와 ‘인사이트’의 양산을 시작해 지금까지 40만대 이상 팔았다. 현대차는 1200억원을 들여 개발한 소형 연료겸용차 클릭 이외에 쏘나타와 같은 중형 플랫폼을 이용한 모델개발에도 나섰다. 현대차는 2010년까지 3천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연간 30만대 규모의 양산체제를 갖춰 나갈 예정이다. 이 팀장은 “클릭 연료겸용차는 국내서는 처음으로 양산에 성공한 친환경 차량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료겸용차 '클릭' 개발
일본에 기술 7~8년 뒤져
핵심부품 국산화 등 과제 연료전지차는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자체 생산해 구동하기 때문에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무공해 차량이다. 지엠과 도요타 등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실용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이 팀장은 “현대차도 내년 시범운행을 시작한 뒤 2010년 이후 소량 양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헤쳐나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턱없이 부족한 개발 예산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재 연료겸용차를 비롯한 환경친화적인 자동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다. 미국 정부는 1994년에 자동차 연비를 3배 향상시키는 것으로 목표로 한 미래형자동차 개발프로젝트를 가동해, 지난해만 2억5천만달러를 투자했다. 일본 정부도 자동차 제작사와 13개 에너지 관련 기업이 참여하는 개발사업에 650억엔을 지원했다. 이에 비교하면 한국 정부의 지원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업계는 지난 3월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친환경 자동차 시승행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현대차의 투싼 수소연료전지 차량을 직접 타보며 “환경친화적 기술개발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잔뜩 고무돼 있다. 투싼 연료전지차는 한번 충전으로 300㎞를 달리는 데다 최고속도가 시속 150㎞, 정지상태에서 16초만에 시속 100㎞에 이를 정도로 일반 승용차에 버금가는 성능을 갖췄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 차세대전지 _ “2차전지, 디지털시대 심장” 이동전화, 모바일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이른바 멀티미디어 시대에 보편화된 휴대용 전자 기기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2차 전지를 쓴다는 것이다. 2차 전지는 한번 쓰고 버리는 1차 전지와는 달리 여러번 재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전지를 말한다. 최근 휴대용 전자 기기의 성능과 기능이 다양해짐에 따라 이들 기기의 전원 공급원으로 사용되는 고출력, 고성능 전지가 미래의 새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자리잡은 엘지화학 기술연구원의 김명환 상무는 “차세대 전지는 인간의 두뇌에 해당되는 고집적 반도체와 함께 멀티미디어 시대의 심장에 곧잘 비유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10년째 2차 전지 연구작업을 이끌고 있는 그의 직함은 엘지화학 배터리연구소장이다. 현재 이 연구소에만 전자재료, 기계공학, 금속공학 등 다양한 전공의 연구원 350여명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1999년 이전까지 2차 전지 시장은 일본의 독무대였다. 당시 우리나라의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일본 업체들에게 구걸하다시피 해서 전지를 전량 수입했다. 이런 탓에 이동전화 단말기를 수출하더라도 고작 원가만 건지는 식이었다. 그러나 1999년 엘지화학이 상업화에 성공해 양산에 들어가자 상황은 급변했다. 곧바로 일본 제품의 가격이 30%까지 낮아진 것은 물론, 당시 비(B)급 제품을 한국에 판매하던 일본 업체들의 전략도 동등 품질의 제품 공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김 소장은 상당수 2차 전지 분야에서 이미 우리의 기술이 일본을 앞서 있다고 전했다. 소형 2차 전지 기술력은 일본 수준과 맞먹고, 특히 노트북 컴퓨터에 사용되는 원통형 고용량 전지는 일본보다 먼저 출시할 정도로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한다. 김 소장은 “엘지화학에서 개발한 중대형 전지 기술은 지난해 미국 정부와 자동차 빅3가 컨소시엄을 꾸린 자동차용 차세대 전지개발 프로젝트에서 일본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과제를 따냈다”고 말했다. 엘지화학의 이런 성과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땀흘린 연구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김 소장은 전했다. 실제로 배터리연구소가 있는 제 3연구동 1층은 평일에도 밤 늦게까지 불을 밝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동전화·차·로봇 등 에너지원
최근 5~6년새 일본 맹추격
장비 국산화·인력확보 등 과제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세계 2차 전지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산요, 소니, 마쓰시타 등 일본산 제품이 50~60%로 한참 앞서 있다. 엘지화학과 삼성에스디아이를 주축으로 한 한국산 제품이 30%의 시장점유율로 뒤쫓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김 소장은 전지용 흑연 같은 소재와 조립 설비 등 장비, 그리고 이공계 인력 부족을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그는 “2차 전지에 사용되는 주요 소재와 장비가 아직도 일본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연구소는 리튬이온 전지에 주력하고 있다. 2차 전지는 소형기기의 전원 뿐만 아니라 로봇, 전기자전거, 전기스쿠터, 휠체어, 연료겸용차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무인 정찰, 폭발물 제거 로봇, 인공위성, 행성 탐사선 등 군사용과 우주탐사용으로도 사용될 전망이다. 전기자전거와 연료겸용차 등은 이미 중대형 전지가 접목돼 상용화된 제품들이다. 엘지화학은 지난해 말부터 유럽에 전기자전거용 중형 전지를 수출한 데 이어, 이달 말부터는 로봇 청소기용 전지를 국내에 판매할 예정이다. 김 소장은 “차세대 전지 기술은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미래 에너지 자원이자 강력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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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자동차회사들이 사활을 걸고 개발경쟁에 나서고 있는 미래형 자동차는 100년이 넘은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 팀장은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화석연료 고갈 현상이 심해지면서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한 업체는 주도적 위치에 오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는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2020년께는 연료겸용 및 수소연료전지차가 전체 시장의 50% 이상, 2030년에는 80% 이상 차지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의 한 축인 연료겸용차는 가솔린엔진과 같은 내연기관에 전기모터를 결합한, 두 가지 이상의 구동장치를 동시에 단 차를 말한다. 연료 소모를 줄이고 연비를 향상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차량이다. 연료겸용 차량의 상용화는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가 앞서 있다. 도요타는 1997년, 혼다는 1999년에 각각 ‘프리우스’와 ‘인사이트’의 양산을 시작해 지금까지 40만대 이상 팔았다. 현대차는 1200억원을 들여 개발한 소형 연료겸용차 클릭 이외에 쏘나타와 같은 중형 플랫폼을 이용한 모델개발에도 나섰다. 현대차는 2010년까지 3천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연간 30만대 규모의 양산체제를 갖춰 나갈 예정이다. 이 팀장은 “클릭 연료겸용차는 국내서는 처음으로 양산에 성공한 친환경 차량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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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기술 7~8년 뒤져
핵심부품 국산화 등 과제 연료전지차는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자체 생산해 구동하기 때문에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무공해 차량이다. 지엠과 도요타 등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실용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이 팀장은 “현대차도 내년 시범운행을 시작한 뒤 2010년 이후 소량 양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헤쳐나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턱없이 부족한 개발 예산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재 연료겸용차를 비롯한 환경친화적인 자동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다. 미국 정부는 1994년에 자동차 연비를 3배 향상시키는 것으로 목표로 한 미래형자동차 개발프로젝트를 가동해, 지난해만 2억5천만달러를 투자했다. 일본 정부도 자동차 제작사와 13개 에너지 관련 기업이 참여하는 개발사업에 650억엔을 지원했다. 이에 비교하면 한국 정부의 지원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업계는 지난 3월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친환경 자동차 시승행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현대차의 투싼 수소연료전지 차량을 직접 타보며 “환경친화적 기술개발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잔뜩 고무돼 있다. 투싼 연료전지차는 한번 충전으로 300㎞를 달리는 데다 최고속도가 시속 150㎞, 정지상태에서 16초만에 시속 100㎞에 이를 정도로 일반 승용차에 버금가는 성능을 갖췄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 차세대전지 _ “2차전지, 디지털시대 심장” 이동전화, 모바일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이른바 멀티미디어 시대에 보편화된 휴대용 전자 기기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2차 전지를 쓴다는 것이다. 2차 전지는 한번 쓰고 버리는 1차 전지와는 달리 여러번 재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전지를 말한다. 최근 휴대용 전자 기기의 성능과 기능이 다양해짐에 따라 이들 기기의 전원 공급원으로 사용되는 고출력, 고성능 전지가 미래의 새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자리잡은 엘지화학 기술연구원의 김명환 상무는 “차세대 전지는 인간의 두뇌에 해당되는 고집적 반도체와 함께 멀티미디어 시대의 심장에 곧잘 비유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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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10년째 2차 전지 연구작업을 이끌고 있는 그의 직함은 엘지화학 배터리연구소장이다. 현재 이 연구소에만 전자재료, 기계공학, 금속공학 등 다양한 전공의 연구원 350여명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1999년 이전까지 2차 전지 시장은 일본의 독무대였다. 당시 우리나라의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일본 업체들에게 구걸하다시피 해서 전지를 전량 수입했다. 이런 탓에 이동전화 단말기를 수출하더라도 고작 원가만 건지는 식이었다. 그러나 1999년 엘지화학이 상업화에 성공해 양산에 들어가자 상황은 급변했다. 곧바로 일본 제품의 가격이 30%까지 낮아진 것은 물론, 당시 비(B)급 제품을 한국에 판매하던 일본 업체들의 전략도 동등 품질의 제품 공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김 소장은 상당수 2차 전지 분야에서 이미 우리의 기술이 일본을 앞서 있다고 전했다. 소형 2차 전지 기술력은 일본 수준과 맞먹고, 특히 노트북 컴퓨터에 사용되는 원통형 고용량 전지는 일본보다 먼저 출시할 정도로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한다. 김 소장은 “엘지화학에서 개발한 중대형 전지 기술은 지난해 미국 정부와 자동차 빅3가 컨소시엄을 꾸린 자동차용 차세대 전지개발 프로젝트에서 일본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과제를 따냈다”고 말했다. 엘지화학의 이런 성과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땀흘린 연구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김 소장은 전했다. 실제로 배터리연구소가 있는 제 3연구동 1층은 평일에도 밤 늦게까지 불을 밝히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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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6년새 일본 맹추격
장비 국산화·인력확보 등 과제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세계 2차 전지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산요, 소니, 마쓰시타 등 일본산 제품이 50~60%로 한참 앞서 있다. 엘지화학과 삼성에스디아이를 주축으로 한 한국산 제품이 30%의 시장점유율로 뒤쫓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김 소장은 전지용 흑연 같은 소재와 조립 설비 등 장비, 그리고 이공계 인력 부족을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그는 “2차 전지에 사용되는 주요 소재와 장비가 아직도 일본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연구소는 리튬이온 전지에 주력하고 있다. 2차 전지는 소형기기의 전원 뿐만 아니라 로봇, 전기자전거, 전기스쿠터, 휠체어, 연료겸용차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무인 정찰, 폭발물 제거 로봇, 인공위성, 행성 탐사선 등 군사용과 우주탐사용으로도 사용될 전망이다. 전기자전거와 연료겸용차 등은 이미 중대형 전지가 접목돼 상용화된 제품들이다. 엘지화학은 지난해 말부터 유럽에 전기자전거용 중형 전지를 수출한 데 이어, 이달 말부터는 로봇 청소기용 전지를 국내에 판매할 예정이다. 김 소장은 “차세대 전지 기술은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미래 에너지 자원이자 강력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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