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경제연구원 보고서
세계 경기침체로 수출 급감탓
세계 경기침체로 수출 급감탓
제조업 경기가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내수의 하강속도는 완만하지만 세계경기 동반 침체에 따른 수출 급감 탓이다.
엘지경제연구원은 8일 ‘제조업 경기하강 속도 외환위기보다 빨라’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실물지표의 하강 추이를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하며 이렇게 밝혔다. 산업생산 증감율의 경우 외환위기 당시 최저치가 -13.6%였는데 지난 12월에는 -18.6%로 훨씬 빠른 속도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12월 62.5%에 머물러, 외환위기 때 가장 낮았던 63.8% 보다 더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연구원은 ”외환위기 때에는 일부 아시아 국가에 위기가 국한됐기에 우리 수출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줄곧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던 수출이 지난해 11월 마이너스로 전환되더니 지난달에는 -32.8%로 급감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수출 감소는 일본,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공업국들을 중심으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재고와 고용 지표를 보면 경기가 조정될 여지가 더 크다.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재고 증가율이 둔화됐지만 여전히 7%의 증가율”이라며 “외환위기 당시에 재고는 약 2년간 마이너스 증가율을 지속했는데 현재는 재고조정이 크게 이뤄지지 않아 시작 단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투자나 소비 등 내수는 상대적으로 하강 속도가 완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소매 판매는 최근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지만 아직 외환위기 때처럼 급격한 하락세는 아니다”라며 “설비투자 역시 지난해 12월에 -24%였지만 외환위기 때 최저 -50%였던 것을 감안하면 조정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평가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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