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
2월부터 적용
백용호(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이 조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자 조직 쇄신 작업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조사받는 기업에게 미리 ‘피조사업체의 권리’를 알려주는 ‘미란다 원칙’을 2월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피조사업체의 권리’는 조사공문에 적시된 내용 이외의 조사는 거부할 수 있고, 공정·투명·신속한 조사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잘못이나 비리가 있는 조사공무원은 신고하라는 내용이다. 서동원 공정위 부위원장은 “미란다 원칙은 조사과정에서 피조사업체의 권리를 보장하고 조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지난 1일에는 ‘공무원 행동강령’을 대폭 강화해 발표했다. 식사·골프·여행 같은 사적 접촉을 금지하는 대상에 기존의 공정위 퇴직자 외에도 공정위 업무와 관련된 기업이나 법률사무소 직원들을 새로 포함시켰다. 또 직무관련자로부터 식사대접을 받는 것은 액수와 상관 없이 전면 금지하고, 강령을 어기는 공정위 직원은 승진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엄벌하기로 했다. 공정위의 쇄신 의지는 최근 간부급 인사에도 반영됐다. 퇴직을 앞둔 고참과장들이 주로 맡아온 감사담당관에 정책·조사업무를 두루 거친 행시 36회 출신의 김윤수 과장을 임명하는 파격이 이뤄졌다.
백 위원장의 일련의 조직 쇄신작업은 지난해 말 정부부처 청렴도 조사에서 공정위가 21개 중앙부처와 위원회 중에서 꼴찌를 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백 위원장은 “이대로는 공정위 직원들이 가족들에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학현 경쟁정책국장은 “위원장 지시로 연초에 ‘청렴도 제고 방안’을 만들어,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조처들이 공정위 조사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우려한다. 실제 조사업무를 하는 공정위 직원들은 기업들의 조사거부와 방해 등 비협조가 심하다고 호소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공정위가 법원에 바로 영장을 신청해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반면, 우리는 영장신청과 압수수색권이 없다. 또 기업들이 조사를 거부·방해하는 것에 대한 제재가 1996년부터 형사처벌에서 과태료로 대폭 완화됐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