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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곱슬 남미에 고데기’…튀는 수출이 밥먹여 준다

등록 2009-02-13 14:07

유니온랜드는 중동지역을 포함한 23개국에 어린이 놀이터를 수출하고 있다.  사진은 중동에 수출한 미끄럼틀과 그네.
유니온랜드는 중동지역을 포함한 23개국에 어린이 놀이터를 수출하고 있다. 사진은 중동에 수출한 미끄럼틀과 그네.
중동에 섭씨 40도서 이용 가능 놀이터 수출
두바이에 소형 인공위성 수출 쾌거 이루기도
‘섭씨 40~50도에서도 이용 가능한 놀이터에서 지구관측용 인공위성까지.’

경기침체가 선진국을 넘어 신흥시장국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주력 산업의 수출마저 급감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선 이제 기댈 수 있는 수출 지역도, 품목도 없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남들이 하지 못한 발상의 전환과 끈질긴 현지화 및 기술개발 노력으로 틈새 수출시장을 개척해 짭짤한 재미를 보는 중소기업도 적지 않다.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의 시장 진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중소기업의 사례를 살펴본다.

■ ‘놀이기구 아시아 1위’, 유니온랜드 어린이 놀이기구와 운동기구를 생산하는 유니온랜드는 23개 나라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직원이 150여명인 중소기업이지만, 생산과 매출 규모로 보면 아시아권에서 1위다. 이 회사는 지난 한 해 수출 70억원을 포함해 총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니온랜드가 놀이터를 수출하는 지역에는 섭씨 40도가 넘는 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지역도 포함돼 있다. 회사 안에서도 이런 지역에 놀이터를 파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반론이 적지 않았다. 낮에 찌는 듯이 더워, 플라스틱 제품이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고온에 견디는 내구성을 확보하면 가능하다고 보고 제품 개발을 밀어붙였다.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지만 직원들이 제품 개발에 매달린 결과 중동에서도 통하는 놀이터를 개발해낼 수 있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중동지역 수출액은 10억원을 넘어섰다. 이 회사는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써, 2007년 한 해에만 112건의 디자인을 특허청에 등록하는 기록을 세웠다.

유닉스전자 연구원들이 다양한 인종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을 갖고 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
유닉스전자 연구원들이 다양한 인종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을 갖고 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

■ 이미용기 세계 3위, 유닉스전자 유닉스전자가 전문 이미용기 세계시장 점유율 3위가 된 것은 끊임없는 현지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예컨대 이 회사는 중남미 사람들에게 적합한 고데기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 지역은 흑인뿐만 아니라 라틴계, 히스패닉계 등 다양한 인종이 고루 섞여 사는데, 인종마다 머리카락 특성이 달라 제품 개발이 쉽지 않았다. 이 회사의 김성훈 과장은 “중남미 공급업체가 운용하는 미용실에서 인종별로 머리카락의 특징을 치밀하게 조사했다”며 “흑인들의 곱슬머리는 웬만한 온도로는 펴지지 않는 데 비해 라틴계와 히스패닉은 머리카락이 굵지만 덜 곱슬곱슬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남미에서 히트한 고데기 제품은 발열판을 수천개는 버려가면서 만든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유닉스 전자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올 한 해 새로운 수출시장인 동유럽에 400만달러어치를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말레이시아에서 기술 전수를 받기 위해 온 연구진들과 함께 인공위성 앞에서 포즈를 취한 쎄트렉아이의 직원들.
말레이시아에서 기술 전수를 받기 위해 온 연구진들과 함께 인공위성 앞에서 포즈를 취한 쎄트렉아이의 직원들.

■ 인공위성 수출, 쎄트렉아이 우주·방위산업체인 쎄트렉아이는 인공위성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 회사는 국내 첫 인공위성인 ‘우리별’ 개발에 참여했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원들이 지난 1999년 설립한 곳이다. 이 회사는 선진국보다는 제3세계에 주목했다. 처음엔 스스로도 인공위성 수출이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의외로 수요가 있었다. 이 회사는 미국·유럽 등 우주산업 선진국 회사들을 제치고 2005년에 말레이시아, 2008년에는 두바이에 소형 인공위성을 수출했다. 말레이시아에 수출한 소형 인공위성 ‘라작샛’은 2006년 발사돼 지구 환경 변화 관측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공위성에 장착하는 정밀 카메라도 터키에 수출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08억원, 이 가운데 수출 비중은 46%다. 전봉기 기획팀장은 “치밀함을 요구하는 산업인 만큼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고객과의 친밀감’을 높인 게 입찰을 따낼 수 있는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 아프리카에 의약품 수출, 신풍제약 신풍제약은 50여개 나라에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특히 아프리카 지역의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이곳에 말라리아 같은 풍토병과 전염병 치료제는 물론 항생제, 소염진통제 등 80여종의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다. 아프리카 수단에는 현지 공장까지 두고 있다. 수단 현지법인을 책임지고 있는 배석진 상무는 “내전과 같은 정치적인 불안이 있지만, 지난해 아프리카 지역 매출이 900만달러로 전년보다 28.6%나 성장했다”며 “올해 매출 증가율도 11%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선 홍보부장은 “아프리카에서 돌고 있는 말라리아 같은 풍토병과 전염병 치료제 개발에 20여년의 시간을 쏟았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사진 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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