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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토건국가의 악순환

등록 2009-02-15 19:32수정 2009-02-15 20:04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최근 정부와 한나라당은 당정협의를 열어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신축·미분양 주택을 연내 분양받으면 양도세를 50% 감면시켜 주기로 했다. 미분양주택 10채를 사도 1가구 1주택자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도 폐지하겠다고 한다. 이 모두가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닌가.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살린다면서 부동산 규제를 활짝 풀고 있다. 작년에는 멀쩡한 종부세의 명맥을 끊더니 이번에는 양도세를 경기 활성화 수단으로 사용한다. 정책은 일관성이 생명인데,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은 역대 정부에서 온탕, 냉탕을 왕복한 횟수가 너무 많아 다른 나라 보기에 부끄러울 정도다. 이번 조처는 또 그런 악순환이다.

당 태종이 ‘역사는 거울’이라 말했듯 10년 전 비슷한 선례가 있다. 외환위기를 맞아서 김대중 정부는 국제통화기금의 이른바 ‘경제 신탁통치’ 조기졸업이라는 목표하에 모든 수단을 강구했다. 부작용이 있을 게 뻔한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대거 동원한 점이 문제였고, 그 절정은 부동산 정책이었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토지공개념 제도 폐지, 분양가 자율화, 토지거래신고제 폐지, 분양권 전매제한 폐지, 아파트 재당첨 금지 기간 단축 및 폐지, 무주택 가구주 우선 분양 폐지, 신축 주택 구입시 양도세 면제, 취등록세 감면, 토지거래허가 구역 해제, 그린벨트 해제 등 끝이 없다. 이쯤되면 부동산 정책의 근간을 무너뜨렸다고 할만하다. 국제통화기금을 조기졸업한 기쁨은 잠시였을 뿐, 미봉책의 부작용은 심각하고도 오래갔다. 10년간 잠자던 부동산 가격이 기지개를 켰고, 2002년 이후에는 폭등세를 나타냈다. 부동산 투기는 우리를 튀어나온 사자처럼 사납게 날뛰었다. 천신만고 끝에 사자를 우리 속에 집어넣은 것이 엊그제인데, 지금 이명박 정부는 태연히 사자 우리를 열어 젖히고 있다. 부동산 경기부양의 상투적 수법이 가져올 결과는 뻔하다. 짧은 즐거움, 긴 고통. 이는 마약이다.

왜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가? 한국과 일본은 세계에서 건설업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다. 건설업은 경기에 지극히 민감하니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 특별히 취약한 경제구조인 셈이다. 경기가 나쁠 때 건설에 불을 붙이면 경기는 쉽게 살아난다. 그러나 미봉책일 뿐 근본처방은 아니다. 그런데 건설회사, 정치인, 관료, 보수언론 등 소위 건설족이 막강한 세력을 형성하면서 기어코 인위적 경기부양 쪽으로 정책을 왜곡시키고야 마는 점도 두 나라의 공통점이다. 일본이 ‘토건국가’의 악폐로‘잃어버린 10년’ 동안 고생한 것은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가 지나친 부동산 규제완화에서 발발했다는 점도 교훈을 준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는 정책은 또 미봉책이다. 수십년 고질병을 보고도 마약 처방을 내는 의사는 의사 자격이 없는 게 아닌가.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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