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비상경제대책반 1차 회의가 17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려 노대래 기획재정부 차관보(오른쪽 첫번째)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8년만에 첫 감소…상의 29.5%↓와 큰 격차
“상당히 낙관적”…4대그룹 포함됐는지 불확실
“상당히 낙관적”…4대그룹 포함됐는지 불확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올해 설비투자 전망치가 큰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전망 수치와 크게 다른데다 조사의 신빙성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어서다.
전경련은 17일 오전 삼성 등 18개 대기업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경제대책반 1차 회의를 열고 600대 기업(금융·보험 제외)의 올해 투자규모를 지난해보다 2.5% 줄어든 86조7593억원으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대한상의는 지난 12일 전국 1014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09년 설비투자 계획’ 조사에서 올해 투자가 지난해 대비 평균 29.5%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전경련과 비교하면 무려 27%포인트의 차이가 난다.
전경련은 △상의 조사에는 중소기업이 70%나 포함됐지만 전경련은 대기업 위주이고 △상의는 제조업체 위주인 반면 전경련은 비제조업이 40%를 차지하며 △상의는 기업별 수치를 단순평균한 반면 전경련은 가중평균하는 등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명기 상의 조사기획팀장은 “삼성·현대 등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올해 투자가 10% 전후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고,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설비투자 감소율이 14%인 것을 감안할 때 전경련의 전망은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엘지 등 덩치 큰 대기업들이 전경련의 이번 조사에 포함됐는지 불확실하다는 점도 조사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경련 경제본부 간부는 “4대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투자수치를 외부로 발표할 수 없다고 해서 업체 이름은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자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 쪽에선 이를 부인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 4대 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전경련에서 (투자 계획에 대해) 몇 번 문의가 왔지만 그룹이나 개별 회사 경영계획이 확정된 게 없어 제출이 곤란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4대 그룹 계열사 쪽도 “한달 전쯤 문의가 와서 그룹 차원의 대략적인 수치를 건넨 것으로 알지만, 개별 기업의 투자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며 “600대 기업이라 했으니 따로 조사를 했을 텐데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경련의 조사가 대한상의 전망치에 견줘 상대적으로 낙관적이긴 하나, 600대 기업의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전망된 것은 2001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전경련은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이유를,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불어닥친 글로벌 경기침체의 한파가 올해 투자에도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제조업과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비제조업 간의 차이가 컸다. 제조업은 46조422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9% 감소할 전망인 반면에 비제조업은 전력·가스·수도업의 호조세에 힘입어 9.5% 증가한 40조3372억원으로 전망됐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김영희 기자 jskwak@hani.co.kr
기관별 2009년 투자 증가율 발표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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