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휘 우리은행장
[은행장 릴레이 인터뷰] ① 이종휘 우리은행장
국내 은행들 상당수가 지난해 4분기에 적자를 냈다. 국내외 금융위기를 맞아 내부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결과다. 올 들어서도 경제 상황은 나날이 악화하고 있어, 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또다시 위기를 맡고 있다. 금융 부문의 어려움은 기업·가계 부문의 부실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은행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은행들은 기업·가계 구조조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전초 기지’인 동시에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경제난의 접점에 서 있는 은행권 수장들의 위기 극복 전략을 들어본다.
기업과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환경조성 중요
1조순익 달성 자신…성장후유증 대비 아쉬워 “200억원 대출 해달라고 하면서 정작 힘들다는 말만 할 뿐 기업 정보는 주지 않습니다. 충분한 정보 공유가 돼야 신뢰도 생길뿐더러 최적의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종휘(사진) 우리은행장은 24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기업과 툭 터 넣고 대화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소기업 대출 확대의 중요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 행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정보공개를 기피하는 등 불투명성이 있어서 은행으로선 어려움이 있다”며 “기업과 파트너십 관계가 탄탄해야 여신 지원도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물 경기를 살리기 위한 은행의 적극적인 역활에는 공감하지만, 지원을 받는 쪽의 태도와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또 “출자전환 등 기업과 은행을 공동운명체로 만들 수 있는 고리를 만드는 데 고민을 많이 한다”면서도 “‘바젤2’(국제결제은행의 새 건전성 기준)가 적용돼 제도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대부분 은행들에게 적용되는 바젤2는 비상장회사 지분 투자 자산에 부여하는 위험가중치를 종전 150%에서 400%로, 상장회사의 경우엔 100%에서 300%로 크게 높였다. 즉 출자전환을 하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대폭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행장은 대내외 금융불안으로 올해 수익성 악화를 예견하면서도 1조원 순이익 달성엔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 7천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순익이 전년대비 86%나 급감했다. “순이자마진(NIM)이 최근 1%대로 떨어지고 있지만 지난해 외화유가증권 손실을 대폭 정리하는 등 큰 부담은 털어냈기 때문에 올해 1조원 순익은 달성할 것으로 본다.”
이 행장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와 은행간 역할분담과 관련해 “개별 기업은 은행이 들여다 보고, 산업 전반은 정부가 봐야 한다”며 “특정 분야의 과잉 투자를 덜어내거나 업종 간 조정 등 큰 그림을 정부가 우선 그리면, 그 틀 내에서 채권은행이 개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적 악화의 배경과 관련해, 우리은행 안팎에선 지난 3~4년간 무리한 외형확대 전략을 반성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이 행장은 “신한은행이 엘지(LG)카드(2006년)와 조흥은행(2003년)을 인수하면서 크게 성장하는 등 우리은행으로선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외형 성장 전략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성장 후유증에 대한 대비나 특히 외화유가증권 투자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글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1조순익 달성 자신…성장후유증 대비 아쉬워 “200억원 대출 해달라고 하면서 정작 힘들다는 말만 할 뿐 기업 정보는 주지 않습니다. 충분한 정보 공유가 돼야 신뢰도 생길뿐더러 최적의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종휘(사진) 우리은행장은 24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기업과 툭 터 넣고 대화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소기업 대출 확대의 중요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 행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정보공개를 기피하는 등 불투명성이 있어서 은행으로선 어려움이 있다”며 “기업과 파트너십 관계가 탄탄해야 여신 지원도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물 경기를 살리기 위한 은행의 적극적인 역활에는 공감하지만, 지원을 받는 쪽의 태도와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또 “출자전환 등 기업과 은행을 공동운명체로 만들 수 있는 고리를 만드는 데 고민을 많이 한다”면서도 “‘바젤2’(국제결제은행의 새 건전성 기준)가 적용돼 제도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대부분 은행들에게 적용되는 바젤2는 비상장회사 지분 투자 자산에 부여하는 위험가중치를 종전 150%에서 400%로, 상장회사의 경우엔 100%에서 300%로 크게 높였다. 즉 출자전환을 하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대폭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행장은 대내외 금융불안으로 올해 수익성 악화를 예견하면서도 1조원 순이익 달성엔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 7천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순익이 전년대비 86%나 급감했다. “순이자마진(NIM)이 최근 1%대로 떨어지고 있지만 지난해 외화유가증권 손실을 대폭 정리하는 등 큰 부담은 털어냈기 때문에 올해 1조원 순익은 달성할 것으로 본다.”
이 행장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와 은행간 역할분담과 관련해 “개별 기업은 은행이 들여다 보고, 산업 전반은 정부가 봐야 한다”며 “특정 분야의 과잉 투자를 덜어내거나 업종 간 조정 등 큰 그림을 정부가 우선 그리면, 그 틀 내에서 채권은행이 개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적 악화의 배경과 관련해, 우리은행 안팎에선 지난 3~4년간 무리한 외형확대 전략을 반성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이 행장은 “신한은행이 엘지(LG)카드(2006년)와 조흥은행(2003년)을 인수하면서 크게 성장하는 등 우리은행으로선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외형 성장 전략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성장 후유증에 대한 대비나 특히 외화유가증권 투자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글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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