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종합반도체 업체의 변신 움직임
미 AMD 제조라인 아랍계에 넘겨…삼성전자 위탁생산 수주
파운드리-종합반도체사 제휴도…비용 절감·수익 효과 기대
파운드리-종합반도체사 제휴도…비용 절감·수익 효과 기대
‘세계 반도체업체들은 벽 허물기 중.’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 반도체업체들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생산시설 없이 설계만을 하는 팹리스, 위탁생산을 맡는 파운드리, 이 둘을 다 하는 종합반도체회사로 구분되던 업계가 비용절감과 수익성을 따라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에이엠디(AMD)가 대표적인 사례다. 에이엠디는 이달 초 제조라인을 분사시키며 아랍계 자본이 대주주가 되는 파운드리 전문회사 ‘글로벌 파운드리’를 자회사로 출범시켜 팹리스 기업이 됐다. 1969년 창사 이래 인텔에 유일하게 대항하는 시피유(중앙처리장치) 업체이자, 지피유(그래픽처리프로세서) 부문에서도 엔비디아와 맞서는 종합반도체회사였던 에이엠디로선 큰 변신이다.
18일 한국을 방문한 에이엠디 최고마케팅 책임자 나이절 디소(사진)는 “반도체산업이 여전히 성장하는 사업임엔 틀림없지만 삼성전자처럼 큰 회사가 아닌 업체가 자체 제조라인을 유지할 경우 비싼 대가가 따를 것”이라며 “우리의 방향이 맞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앞으로 파운드리 업체는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몇 개의 주요 업체로 줄어들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업계에선 최근 현금흐름 악화와 경영손실이 심각했던 에이엠디가 팹리스로 변신하는 건 필연적이었다고 본다. 디소는 “실제 제조라인 분사 결정으로 현금흐름이 좋아졌고 손익분기점도 크게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노트북과 넷북의 중간급 시장을 노린 플랫폼 유콘을 내놓은 데 이어 오는 9월까지 연이어 플랫폼과 프로세서 등을 내놓을 계획도 밝혔다. 파운드리 회사 설립 소식에 인텔이 지난 16일 에이엠디가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어기게 됐다고 문제제기를 하는 등 벌써부터 반도체업계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거꾸로 파운드리 사업까지 몸집을 불리는 곳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자일링스의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부문 파운드리 파트너로 선정됐다. 자일링스는 대만의 유엠시에게 주던 물량 가운데 일부를 삼성전자에 위탁했다. 삼성전자는 기흥의 에스라인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파운드리 사업을 적극 수주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은 많은 수익이 나진 않아도 안정적인 수입원이 된다”며 “삼성도 이전엔 메모리 반도체를 설계해 만들어내기만 하면 팔리니까 아쉬울 게 없었지만 이젠 달라졌다”고 말한다. 위탁생산 업체는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도 있었지만, 갈수록 미세공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력 있는 종합반도체업체가 파운드리까지 엿볼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파운드리와 종합반도체회사의 굵직한 제휴도 눈에 띈다. 이달 초 세계 1위 인텔은 파운드리 업계 세계 1위인 대만의 티에스엠시에 넷북 프로세서인 아톰의 생산을 맡기기로 했다. 인텔이 무선칩이 아니라 피시용 시피유 생산을 다른 회사에 맡긴 것은 처음이다. 물론 아톰은 단가도 싸고 인텔의 핵심기술 제품도 아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핵심 수입원인 피시 프로세서의 판매를 갉아먹는 넷북의 인기에 떨떠름해하던 인텔이 ‘박리다매’ 전략으로 선회한 데 주목하고 있다. 올해 피시 시장의 역성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업체들의 경계 허물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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