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해태 공장 인수로 인한 음료시장 점유율 변화
롯데칠성 ‘해태 안성공장 인수’ 조건부 승인
롯데 과실음료 시장점유율 60.6%로 더 커져
한쪽선 담합위험 키우고…한쪽선 담합조사
롯데 과실음료 시장점유율 60.6%로 더 커져
한쪽선 담합위험 키우고…한쪽선 담합조사
‘오른손으로는 음료업체들의 가격담합을 조사하고, 왼손으로는 음료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심화시켜 가격담합 위험성을 높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칠성음료의 해태음료 공장 인수를 허용한 것을 두고 나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20일 롯데칠성이 해태음료의 안성공장을 301억원에 인수하는 것에 대해 조건부로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롯데칠성은 과실음료 시장점유율이 48.4%로 1위, 탄산음료는 44.4%로 2위인 국내 음료시장의 최강자다. 해태음료의 경우 과실음료는 33%로 2위, 탄산음료는 4.3%으로 3위다. 롯데칠성이 해태의 안성공장을 인수하면 과실음료 시장점유율이 60.6%로 더욱 높아지고, 탄산음료도 47.2%로 코카콜라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다.
공정위는 대개 1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 시장경쟁이 제한돼 가격담합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고 보는데, 롯데칠성의 공장 인수는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공정위는 “롯데의 공장인수를 막으면 해태음료가 공장매각 등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 노력이 더욱 어려워진다”면서 “해태가 문을 닫으면 장기적으로 롯데칠성의 독과점이 더욱 심해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공정위가 최근 롯데칠성과 해태음료를 포함한 식음료업체들의 가격인상 담합 혐의를 잡고 전면조사에 착수한 것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많다. 공정위 비상임위원을 지낸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는 “시장의 독과점이 심해지면 담합 위험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면서 “식음료 업체들의 가격담합 혐의도 최근 몇년간 업체간 지분인수 등으로 사실상 독과점이 심해진 데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공정위가 기업 인수합병 심사를 느슨히 해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허용한 뒤, 나중에 다시 가격담합을 조사해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의 이번 승인은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기업결합을 승인할 때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과 함께 기업 구조조정과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분위기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외환위기 때인 1999년에도 경제위기 상황이라는 이유로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를 허용해, 국내 자동차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인수 직전인 98년의 63.8%에서 지난해 말에는 76.9%%로 높아졌다. 공정위가 19일 제재한 현대모비스의 자동차 부품가격 폭리 횡포도 결국 현대기아차의 독과점적 지위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공정위도 이를 감안해 롯데칠성에게 공장인수 조건으로 △향후 5년간 다른 업체들이 원할 경우 안성공장에서 생산하는 과실음료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향후 3년간 제품 출고가격을 분기마다 공정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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