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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기업 새 사외이사에 MB맨 줄줄이 낙하산

등록 2009-03-23 11:59수정 2009-03-23 13:49

19곳 정권관련자 새로 뽑아…삼성·SK 등은 ‘보험용’
공적자금 투입기업 특히 많아…“사외이사 취지 실종”
대기업들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새로 뽑으면서 이명박 정권 출범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엠비(MB)맨’, 여당 관련 인사, 현 정부의 고위직을 지냈거나 후보 물망에 올랐던 인사, 정부 주관 위원회 멤버들을 대거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22일 기업지배구조 전문연구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도움으로 상장 재벌 계열사, 상장 공기업 및 민영화기업, 금융지주회사, 상장 공적자금 투입회사 중 올해 주총에서 사외이사 변동이 있었던 89개사를 조사한 결과, 19개사에서 21명(중복 포함)이 엠비 정권과의 직간접적인 연관성으로 논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해당 기업들의 전체 사외이사 변동자 147명 가운데 14%를 차지한다.

정부·여당의 입김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공적자금 투입기업, 공기업,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기업에서는‘엠비 낙하산’이 활짝 펼쳐졌다. 대우조선해양은 김영 전 부산문화방송 사장을 영입했다. 김씨는 대선캠프에서 특보로 활동했고, 최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여당 쪽 위원에 임명됐다. 한전 계열사인 한전케이피에스는 정용대 한나라당 원외당원협의회(지구당) 위원장을 뽑았다. 정씨는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두희 고려대 경영대 교수를 영입했다. 이 교수는 투기 의혹으로 물러난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남편이다.

포스코는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김병기 전 재경부 기획관리실장을 영입했다. 유 교수는 대선캠프의 정책자문단에서 활동했고, 김씨도 대선캠프 경제정책자문단을 거쳐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다. 케이티는 이춘호 인하대 교수와 허증수 경북대 교수를 영입했다. 이 교수는 현 정부 초대 여성부 장관 후보였으나 투기 의혹으로 낙마했고, 허 교수도 대선캠프 선거대책위원회를 거쳐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위 팀장으로 활동하다가 향응접대 의혹으로 물러났다. 케이티앤지는 김원용 이대 교수를 선임했다. 김 교수는 대선캠프 전략홍보기획조정회의에서 활약했다. 이들의 경우 정부 압력으로 케이티, 포스코의 최고경영자가 잇따라 교체될 때부터 ‘전리품 챙기기’가 예상됐다는 시각이 많다.

삼성·에스케이·엘지·현대기아차·효성 등 재벌들의 사외이사 영입은 일종의 보험용으로 해석된다. 삼성의 제일모직은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를 영입했다. 강 교수는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간위원이고, 지난해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심사를 맡았다. 호텔신라는 한국방송 아나운서 출신인 이병혜 명지대 교수를 선임했다. 이 교수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여당 쪽 위원이다. 에스케이에너지는 한나라당 원외 위원장인 이훈규 변호사를 뽑았다.

현대제철은 오정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를 선임했다. 오 교수는 이 대통령의 친형으로 최대 실세로 통하는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사위이자, 오명 건국대 총장의 아들이다. 기아차도 지난해 주총에서 이두희 고대 교수를 선임했다. 엘지전자는 김상희 전 법무차관을 영입했다. 김 변호사는 ‘이명박 특검법’에 대한 헌법소원 소송 대리인을 맡을 정도로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고, 법무부 장관 물망에도 올랐다. 김 변호사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총수인 ㈜효성의 사외이사로도 선임됐다.

신세계는 강대형 법무법인 케이씨엘 고문을, 한진해운은 임희택 케이씨엘 변호사를 각각 뽑았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케이씨엘이 현 정권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로펌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한다. 케이씨엘의 대표변호사인 유지담 전 대법관은 이 대통령이 속한 고대 61학번 모임인 ‘61회’의 핵심 멤버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정권에 대한 일종의 성의 표시고, 만일에 대비한 인맥 구축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린 기업도 눈에 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직접 언급했던 ㈜두산은 신희택 서울대 법대 교수를 영입했다. 신 교수는 김앤장 출신으로, 참여정부 때부터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한통운은 김기춘 전 한나라당 의원을 선임했다.


해당기업들은 사외이사 선임의 정치적 연관성을 부인한다. 하지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김선웅 소장은 “경영진을 감시·견제하는 데 필요한 독립성과 전문성을 결여한 사외이사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방만경영을 막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 취지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외이사 선임 때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해서, 소수주주들 주도로 독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인사를 영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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