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잭 웰치의 전향

등록 2009-03-29 21:37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전 회장 잭 웰치가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종래의 자기 주장을 180도 뒤집는 발언을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경영자들이 분기별 이익과 주가 상승에만 지나치게 주의를 집중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주주가치(shareholder value)는 이 세상에서 제일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주주가치는 전략이 아니라 기업 구성원들의 총체적 노력의 결과일 뿐이라면서 경영자들이 신경을 써야 하는 대상은 노동자, 소비자, 제품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잭 웰치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잭 웰치는 1981년 지이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직후 뉴욕의 피에르 호텔에서 “저성장 경제에서의 고성장”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주주가치란 말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기업의 목표는 기업가치를 극대화시켜서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익을 늘리려면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못 내는 사업은 과감히 처분해야 한다고 했다. 그 뒤 잭 웰치는 주주가치 철학의 대변자로 간주돼 왔다.

잭 웰치는 1981년부터 2001년까지 20년간 지이의 회장으로 있으면서 회사 규모를 거의 40배로 키워내 기업 구조조정의 성공 교과서로 불렸다. 다른 많은 기업들이 잭 웰치를 흉내 내어 구조조정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직원을 11만명 넘게 해고해서 ‘중성자탄 잭’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탱크는 그대로 두고 탱크 속의 군인들만 죽이는 중성자탄의 성질과 회사 건물은 그대로 두고 사람만 쫓아내는 잭 웰치의 경영철학이 비슷하다는 데 착안해서 1982년 <뉴스위크>가 잭 웰치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잭 웰치는 이 별명을 아주 싫어했지만 중성자탄이란 나쁜 인상이 오래 남았다. 또 1984년 <포천>은 ‘미국에서 가장 무자비한 경영자 10명’을 발표하면서 잭 웰치를 1등에 선정하기도 했다.

한국이 1997년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본의 아니게 미국 재무부와 월가의 압력을 받아 미국식 월가 자본주의 모델을 수용할 것을 강요받아 우리 경제의 체질도 기업의 단기 실적을 중시하는 ‘주주가치’ 모델로 중심이 이동되어 왔다. 주가와 배당이 중시되면서 장기적 시야에서 투자를 결정하던 과거 모델의 장점이 많이 사라져버린 오늘, 잭 웰치의 전향은 우리가 지난 10년간 해온 일이 과연 옳았나 하는 의심을 하게 한다. 또 20년간 미국 연방은행 의장으로 있으면서 세계금융의 황제로 군림하던 앨런 그린스펀이 얼마 전 자신이 오랫동안 신봉했던 시장만능주의의 폐해를 인정하고, 심지어 은행의 국유화조차 인정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던가.

앨런 그린스펀과 잭 웰치의 전향은 한 시대의 종언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미증유의 위기를 맞아 자본주의의 강물이 크게 방향을 선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