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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외국기업들 담합 꼼짝마” 한국 공정위도 칼 뽑았다

등록 2009-03-31 14:06

미국이 1억달러 이상 벌금을 부과한 국제카르텔 사건
미국이 1억달러 이상 벌금을 부과한 국제카르텔 사건
미·유럽연합 이어 일본·중국도 적극 나서
그동안 한국기업 벌금·과징금 1조7천억원
“세계는 지금 경제 검찰들의 전쟁 중.”

주요국의 공정거래 당국들이 외국기업들에 의한 국제카르텔(담합) 색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경쟁적으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이례적으로 국제카르텔 척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에릭 홀더 신임 미국 법무부 장관은 최근 의회청문회에서 “소비자가 경기후퇴로 고통받고 있는 때에 독점금지법의 집행은 법무부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국제카르텔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온 유럽연합을 자극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국제카르텔 적발은 2003년에는 1건에 불과하고 과징금도 1억3800만유로에 그쳤으나, 2007년에는 5건으로 늘어나고 과징금도 20억유로로 15배 가까이 급증했다.

미국·유럽연합의 눈치를 보던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케시마 가즈히코 일본 공정거래위원장은 올해 들어 “일본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사건을 외국과 공조하여 적극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공정위는 지난해 유럽, 일본 업체들이 가담한 마린호스(유조선용 송유호스) 국제카르텔에 처음으로 과징금을 물렸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반독점법을 도입하는 등 국제카르텔 규제에 적극 나설 준비를 마쳤다.

각국의 국제카르텔 규제 강화는 ‘시장경제의 공적’으로 불리는 짬짜미(담합) 때문에 자국 소비자들이 피해 보는 것을 막는 게 명분이다. 하지만 미국이 1995년 국제카르텔에 대한 규제를 처음 시작한 이후 1억달러 이상 벌금이 부과된 15개 기업 중에서 13개가 외국 기업인 데서 드러나듯이, 그 이면은 좀더 복잡하다. 지난 1년 동안만 봐도 미 법무부는 카르텔 제재를 통해 10억달러 넘는 벌금을 거둬들였는데, 그 희생양은 아시아, 유럽의 기업들이었다. 미국 정부의 국제 카르텔 조사가 외국 기업들한테 과거 무역장벽과 같은 기능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봉삼 공정위 국제카르텔과장은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최근 경제위기로 인해 소비자들의 소득과 정부의 조세수입이 줄어들자 국제카르텔 적발로 국민들의 불만을 달래고 부족한 정부 지출을 보충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한다.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미국·유럽연합의 공정거래당국에는 일종의 ‘봉’이었다. 한국 기업들이 적발된 국제카르텔은 모두 13건으로, 벌금과 과징금만 1조7천억원에 이른다. 공정위는 “미국이 현재 수사중인 국제카르텔 사건만 50건에 이른다”고 말한다. 유럽연합이 조사중인 한국 관련 사건은 항공 화물운송, 브라운관(CRT), 박막액정표시장치 패널, 디램 반도체 등 서너건에 이른다.

한국 공정위도 이런 국제 흐름에 맞서 외국 기업의 국제카르텔에 대해 본격적으로 칼을 뽑아 들었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경제위기 속에서 외국 기업들의 담합으로 우리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국제카르텔 적발과 제재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정위가 2005년 이후 제재한 국제카르텔 사건은 모두 세건에 불과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지철호 공정위 카르텔국장은 “현재 10여건의 국제카르텔 조사가 진행중”이라며 “올해는 발표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복사용지 국제카르텔 사건을 독자적으로 적발한 이후 외국 기업들의 담합 자진신고가 쏟아지고 있다고 귀띔한다. 공정위는 반독점법 위반 예방수칙을 담은 책자를 만들어 오는 5월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예방교육을 처음 실시한다. 10월에는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도 교육을 할 계획이다. 또 외국 기업들을 겨냥해 법 집행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 베트남 등과의 협력도 미리 강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독점금지법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담합이 드러나면 거액의 벌금 외에도 직원들에 대한 징역형, 소비자들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 등 가혹한 재앙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인용 삼성 부사장은 “국내외 임직원들에게 독점금지법 준수 서약서를 쓰게 하고, 다양한 사전교육을 통해 카르텔 예방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해외법무담당 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를 위한 것이다.

송정원 공정위 국제협력과장은 “미국 지이(GE)의 한국법인인 지이코리아는 임직원들에게 반독점법 교육을 시킨 뒤 시험까지 치르고, 연 1회 본사 감사팀으로부터 2~3개월에 걸쳐 강도 높은 점검을 받는다”며 “한국 기업도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을 리스크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관리할 시점이 됐다”고 말한다. 일부 기업들이 최근 경기침체기를 맞아 공정위 조사를 유예하고 제재 수준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이런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백용호 위원장은 “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우리 기업들도 국내에서부터 글로벌 기준에 맞춰 경쟁법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을 체질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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