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조사…경제악화 이유로
이명박 정부가 최근 규제완화 성과를 내세워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독려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대기업들이 경제환경 악화를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온 ‘규제 완화=투자 확대’라는 공식이 현실에서는 빗나가고 있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1일 355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이명박 정부 1년간 규제개혁 체감도 조사를 벌인 결과 ‘매우 만족’(3.7%)과 ‘만족’(23.4%)을 합친 응답이 27.1%로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는 ‘매우 불만족’ 또는 ‘불만족’이라는 응답(9%)보다 3배 이상 높고, 참여정부 1년 때인 지난 2004년 같은 질문에 대한 긍정적 응답률 16.9%에 비해서도 높은 것이다. ‘보통’이라고 응답한 61.1%의 기업들이 애초 규제완화를 강조한 현 정부의 출범에 상당한 기대를 가졌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긍정적 평가가 우세했다고 볼 수 있다.
규제개혁이 잘된 과제로는 ‘토지이용·공장설립 규제완화’, ‘수도권 입지 규제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같은 대기업 및공정거래 규제완화’ 등이 꼽혔다.
하지만 이런 규제완화가 투자 확대에 도움이 되었느냐는 질문에는 ‘많은 도움’(8.2%)과 ‘다소 도움’(27%)이라는 응답이 35.2%에 그쳤다. 반면 ‘그저 그렇다’(42.6%)거나 ‘도움 안됨’(16.4%)이라는 응답이 3분의 2를 차지했다. 기업들은 투자를 못하거나 지연된 이유에 대해 ‘국내외 경기침체로 인한 시장위축(41.5%)’, ‘수익구조 악화로 인한 투자여력 감소(17.9%)’,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조달 곤란(16.8%)’ 등 외부환경 탓으로 돌렸다. 반면 ‘규제개혁 미흡’이라는 응답은 4%에 그쳤다.
3월 국회에서 출총제가 폐지된 뒤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직접 나서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나, 대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셈이다. 전경련의 전제경 홍보실장은 이에 대해 “올해 600대 기업의 투자규모가 87조원으로 지난해 실적인 89조원과 거의 비슷한 것은 최근의 경영위기 상황을 감안할 때 상당한 규모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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