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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수 금융위원장 “대기업 자구 노력 필요”
30대그룹 수익성 ‘반토막’…경쟁력 크게 악화
30대그룹 수익성 ‘반토막’…경쟁력 크게 악화
국내 30대 그룹이 지난해 경기악화에도 매출과 자산은 키웠으나 재무건전성은 빠르게 악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재무구조가 부실한 그룹은 스스로 부실을 털어내지 못할 경우 은행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금융계에서는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이 다른 곳에 견줘 많이 떨어지는 중하위그룹 6~7곳이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이 추진하는 ‘선제적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13일 <한겨레>가 30대 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낸 2008년 재무·경영 성과(금융업 제외) 자료를 토대로 성장성·수익성·효율성·재무안정성 등 네 가지 경영지표를 분석한 결과, 외형 증가에도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에서 경쟁력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들의 무리한 외형확장에 따른 전체 금융권의 손실과 국민경제의 충격 위험이 커졌다는 신호다.
30대 그룹의 매출성장률은 평균 24.73%로 한 해 전의 10.06%에 비해 두 배 이상 뛰었다. 자산 운용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총자산회전율(매출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은 0.94에서 0.95로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순이익률(순이익을 매출로 나눈 값×100)은 3.51%로 한 해 전의 6.7%에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재무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부채를 자산으로 나눈 값×100)도 111.18%로 한 해 전의 91.08%에서 20%포인트나 악화했다.
30대 안에서도 경쟁력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삼성·현대차·에스케이·엘지·포스코 등 5대 그룹의 수익성은 5.44%로 6~30대 중하위그룹(0.91%)의 6배나 됐다. 부채비율도 최상위그룹이 80%인 반면에 중하위그룹은 156%로 두 배나 됐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지엠대우·동양·금호아시아나·동부·두산·대한전선 등 6~7그룹이 다른 곳에 비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져 취약점이 노출됐다.
금융권에 진 빚이 많은 대기업 문제와 관련해, 이날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한경밀레니엄포럼 조찬강연에서 “지난 세월 무리했던 부분은 자구노력을 통해 정리하고 가는 것이 국민경제 이익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촉구했다. 그는 ‘외환위기 때의 절절한 경험’ 등을 거론하며 “채권은행이 주도해 확실하게 하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한다”며 은행이 대기업 구조조정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채권은행들은 이달 초부터 45개 주채무계열(금융권 채무가 많은 그룹)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작업에 들어갔고, 다음달 중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그룹과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채권은행들은 현재 재무구조가 취약하면서도 미래 수익성까지 나쁜 그룹에 대해선, 자산매각이나 인력감축 등이 포함되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안선희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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