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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내 코가 석자’… 움츠러든 나눔경영

등록 2009-04-17 14:13수정 2009-04-17 14:27

10곳만 확정 5090억원…지난해보다 37억↓
금호·시제이·이랜드 등은 예산 되레 늘려 눈길
14개그룹 올 ‘사회공헌’ 예산 보니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제 위축으로 고강도 비상경영에 돌입한 국내 주요 그룹들이 올해 사회공헌 예산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겨레>가 16일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을 주도해온 14개 주요 그룹을 대상으로 올해 사회공헌 예산을 조사한 결과, 아직 확정하지 못한 4곳을 제외한 나머지 10곳을 기준으로 모두 50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집행실적 5127억원에 비해 2.6%가 적은 것이다. 조사 대상은 삼성·현대차·에스케이·엘지·포스코·지에스·케이티·금호아시아나·두산·한화·씨제이·이랜드·교보생명·유한킴벌리 등이다. 그룹들의 사회공헌 예산이 줄어든 것은 <한겨레>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14개 그룹의 지난해 사회공헌 실적은 7625억원으로, 2007년에 비해 3.1%가 늘었다.

올해 예산을 아직 못정한 현대차·포스코·케이티·두산 등 4곳은 모두 “지난해 수준은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미 올해의 3분의 1이 지나가는데도 예산을 못잡을 정도로 상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예산을 정한 그룹들도 실제 집행액은 계획치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한 그룹의 사회공헌 실무책임자는 “예산은 일단 지난해와 비슷하게 잡았지만 비상경영 상황에서 실제 집행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며 “집행액이 예산보다 10% 정도 줄어들 것 같다”고 털어놨다. 결국 이런 저런 사정을 종합하면 올해 주요 그룹의 사회공헌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두자리수 감소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에스케이 등 최상위그룹의 사회공헌 예산 감소율이 두드러진다. 삼성은 순수 사회복지 예산(1200억원)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8% 가까이 줄였고, 에스케이는 감소율이 13%에 이른다. 에스케이는 감소율이 너무 크다고 보고, 예산 재조정 작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은 이건희 전 회장의 ‘나눔경영’을, 에스케이는 최태원 회장의 ‘행복경영’을 경영철학으로 내걸고, 기업사회공헌 분야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여왔다.

특히 삼성은 비자금사태의 여파로 지난해 사회공헌 활동이 사실상 마비됐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예산은 예년 수준에 비해 40% 가까이 적은 것이다. 삼성의 순수 사회복지 집행액은 2006년 2304억원, 2007년 1813억원이었다. 삼성사회봉사단의 민경춘 전무는 “앞으로는 사회공헌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느냐보다, 얼마나 내실있는 프로그램을 운용하느냐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매년 국내 최대인 4천억~5천억원을 사회공헌 분야에 써왔는데, 올해는 순수 사회복지를 제외한 문화·학술·체육·국제·환경 등 나머지 분야 예산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고강도 구조조정의 여파로 사회공헌 예산이 대폭 줄어드는 것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려는 뜻으로 보인다.


반면 중하위그룹인 지에스·금호아시아나·씨제이·이랜드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예산을 늘렸다. 특히 금호아시아나는 경영환경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15.6%나 늘렸다. 조영석 금호아시아나 홍보부장은 “그룹 차원에서 벌이는 ‘아름다운 기업’운동의 7대 과제에 소외계층 지원을 포함시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씨제이는 “이재현 그룹 회장이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소외계층이 더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사회공헌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주요 그룹들의 올해 사회공헌 예산 책정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실천의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곽대석 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은 “경기가 좋을 때 사회공헌은 모든 기업이 할 수 있지만, 경기가 나쁠 때 사회공헌은 사회적 책임과 평판, 사회와의 관계를 긴 안목으로 보는 기업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어려운 경영여건을 반영하듯 상당수 그룹들이 올해는 새로운 사회공헌 사업을 시작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의 효율성 제고, 임직원 자원봉사 활용, 지역사회의 요구에 밀착한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적은 예산으로 보다 많은 효과를 거두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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