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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고삐풀린 금융에 ‘세계는 규제 재무장’

등록 2009-04-19 21:47수정 2009-04-20 14:50

주요·신흥 20개국(G20) 2차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영국 런던의 금융 지구에서 무장한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날 G20 정상들은 전에 없이 강화된 보안 속에 런던으로 모여 들었다.   AP 연합
주요·신흥 20개국(G20) 2차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영국 런던의 금융 지구에서 무장한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날 G20 정상들은 전에 없이 강화된 보안 속에 런던으로 모여 들었다. AP 연합
[‘대전환’의 시대] 제2부 자본주의 어디로 가나?
2회 ‘카지노 금융’에 고삐 달기
“모기지 회사와 은행들은 주택 대출에 미쳐가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터지기 3년 전인 지난 2005년4월13일, <그랜트의 금리 옵저버>라는 미국의 온라인 격주간지가 뉴욕 월가에서 연 한 컨퍼런스에서 조지아주 포시에 본사를 둔 먼로 카운티은행 카를 힐 행장은 이렇게 경고했다. 애널리 모기지 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파엘은 “원금은 놔두고 이자만 갚아나가는 모기지 대출이 2004년 여름엔 전년 대비 60%나 늘었다”며 “주거용 부동산 호황은 1920년대 말 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극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보다 훨씬 앞서 ‘경보’를 울린 이들도 있었다. 1998년 봄, 브룩슬리 본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은 정부에 의해 관리되지 않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파생상품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이 2002년 신용디폴트스와프(CDS)란 금융상품을 금융대량살상무기라고 경고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의견과 경고는 모두 무시됐다. 오히려 미국 정부는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더욱 풀어갔다. 미국의 금융회사들은 당장의 고수익을 위해 마구잡이로 대출을 늘렸고, 가계는 집값이 오르는 대로 추가대출을 받아 썼다. 정부 관리들은 거품에 기댄 경제 성장을 즐기느라 지난날 위기의 경험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는 그렇게 왔다. 그리고 지금 세계 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져들었다.

“밀튼 프리드먼이여 안녕~.”

<블룸버그 뉴스>의 올리버 스탤리(Oliver Staley)가 쓴 이 짧은 문구는 세계 금융위기를 부른 문제의 핵심을 잘 끄집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리드먼은 모든 규제를 경제의 효율성을 해치는 악으로 봤다. 이런 사고에 바탕을 둔 1980년대 이후의 금융시장 정책이 재앙으로 가는 길을 닦았다는 반성은 이제 세계 각국에서 금융산업 정책의 물꼬를 180도 바꿔놓고 있다.

“금융의 본래 소명은 성장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고란 린드 스웨덴 중앙은행 금융안정국 자문관은 “금융산업을 발전시켜 성장을 일시에 끌어올리자는 유혹”을 깨고, 이제 금융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위험 공시·검은돈 색출
증권·보험도 준비금 의무화
‘모든 투기적 거래 줄이자’

스웨덴의 공기업 경영진은 이제 고정급만 받을 수 있을 뿐, 어떤 형태로든 상여금을 받을 수 없다. 스웨덴 정부는 스톡옵션을 비롯한 상여금 장치가 단기적인 수익창출에 급급한 기업 경영을 유도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가장 먼저 손봤다. 스웨덴 정부는 또 민간 금융기관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프랑스도 기업인의 연봉을 법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헤지펀드(소수 투자자들의 사모펀드)나 각종 파생상품들에는 재갈이 물려지고 있다. 지난 4월2일 영국 런던에 모인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들은 헤지펀드의 등록과 투자위험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정부는 헤지펀드와 함께 벤처 캐피탈 기업도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를 받게 하고, 신용디폴트스와프(CDS)같은 장외파생상품에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지난 3월24일 국영기업 일부가 투자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국가 자산 안전성을 훼손했다며, 투기성 상품에 대한 거래중단 조처를 내린 것은 고삐풀린 금융을 규제하라는 일종의 압박으로 해석할 수 있다. G20 정상들은 신용평가사들의 영업과 평가부문 분리 등 규제 강화방안에도 합의했다. 미국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신용평가 대상 기업들과 신용평가회사들의 유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영 신용평가기관 설립을 검토중이다.

고객예금에 대한 비밀유지를 내세워 세계의 검은돈을 끌어들인 스위스 은행들은 요즘 불안감을 휩싸여 있다. 스위스 최대은행인 유비에스(UBS)는 탈세 혐의가 있는 미국인 5만2천명의 명단을 제공하라는 미국 정부의 소송에 직면해, 결국 250명의 고객 정보를 넘겨줘야 했다. 조세피난처들도 공격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구기구(OECD)는 조세정보 교환에 대한 국제기준을 지키지 않거나 비협조적인 국가라는 이유로 말레이시아, 우루과이 등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벨기에, 리히텐슈타인과 함께 스위스도 회색 리스트에 올렸다.

파생상품…모기지대출…
‘성장’ 이름하에 방치하다
세계 경제는 ‘파산 선고’

물론 세계 각국은 아직까지는 금융개혁보다는 경기회복에 더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쏟고 있다. 특히 금융 규제 강화에 적극적인 유럽과 달리 금융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미국과 영국은 기존 질서의 큰 틀을 깨는 데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 안에서도 ‘새로운 금융’을 외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로버트 폴린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정치경제연구소(PERI) 공동대표는 ‘카지노 자본주의’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은행의 예금 부채에 대해 지급준비금을 부과하는 것처럼 증권·보험·연기금 등 모든 금융기관의 대출자산에 준비금을 쌓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기적 거래의 유인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아가 “부실해진 투기꾼들을 구제하기 위해 부실은행에 지급보증을 하기보다는 서민주택 건설이나 녹색산업 같은 사회적으로 우선순위를 두는 분야에 대한 은행 대출에 지급보증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완화되고 나면, 금융개혁 논쟁은 더욱 가속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단초다.

스톡홀름(스웨덴)ㆍ더블린(아일랜드)/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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