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안에선 “회장님 메시지 끊겼다”는데
밖에선 “보이지 않는 손 여전” 비판

등록 2009-04-21 19:18수정 2009-04-21 19:19

이건희 전 삼성회장의 퇴진과 삼성혁신안 발표 1년이 된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 삼성전자 건물.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모자이크 처리해 주세요.
이건희 전 삼성회장의 퇴진과 삼성혁신안 발표 1년이 된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 삼성전자 건물.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모자이크 처리해 주세요.
올초 ‘일사불란 사장단 인사’가 보여주듯
전략기획실 간판만 뗐지 역할은 계속
“국제규범 맞는 경영체제 미완성” 지적
“회장님의 메시지가 끊겼어요.” 삼성 고위임원이 지난 1년간 삼성의 가장 큰 변화를 묻는 질문에 답한 말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해 4월22일 경영퇴진을 선언하고 물러난 지 꼭 1년이다. 삼성은 1년 전 이 회장의 퇴진을 포함한 10개항의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그룹 사령탑인 전력기획실(이하 전기실)의 해체와 당시 이학수 부회장·김인주 사장 동반퇴진,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최고고객책임자 사임 및 국외경영수업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룹 창립 70년사에 처음 벌어진 일들이다.

이는 삼성그룹 불법 경영권승계 사건에 대한 특검수사 결과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전 회장 등 8명이 경영권 불법승계, 임직원 명의의 차명자금 4조5천억원 운용, 차명주식 거래차익에 대한 세금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삼성은 우리 기업과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특검은 법적 근거가 불확실한 전기실의 쇄신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영체제 재구축을 삼성의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은 “그동안 쇄신안 10개항 중 7개를 이행했다”고 자평했다. 나머지 이 전 회장의 차명재산 사회환원, 지주회사 전환이나 순환출자 해소 등 3개항은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삼성의 이런 외형적 변화나 자평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새로운 경영체제 구축’이라는 핵심과제는 아직 미완성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는 “전기실이 간판만 뗀 채 뒤에서 계속 사령탑 역할을 하고, 물러났다는 이학수 전 부회장의 영향력도 여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 1월 사장단 인사는 옛 전기실의 건재를 보여준 상징적 사례다. 60살 이상 사장·부회장 20여명 동반퇴진이라는 파격적 조처가 단행됐다. 하지만 협의체인 사장단협의회 산하 인사위원회가 단 몇일 만에 제시한 권고안을 60여개 계열사의 사장들이 자율적으로 한명도 이의없이 일사불란하게 따랐다는 설명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결국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사장·임원 인사내용을 보면 옛 전기실의 힘이 느껴진다. 최주현, 장충기, 윤순봉, 정유성 등 옛 전기실 전 팀장 6명 중 4명이 사장 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인사에서도 이는 재확인됐다. 전기실과 손발을 맞춰온 윤주화 감사팀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이 전 회장 등의 퇴진으로 공석이 된 등기임원에 윤 사장과 함께 전기실 재무팀의 실세인 이상훈 부사장(사업지원팀장)이 선임됐다. 재무팀 핵심으로 이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린 전용배 상무도 전무로 승진했다. 특검에 기소된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전 재무팀장)은 토탈 사장으로, 차명계좌 운용과 관련해 물러났던 배호원 전 증권 사장은 정밀화학 사장으로 각각 복귀했다. 4대그룹의 한 임원은 “삼성 전기실의 역할이 여전한 것은 언론보도만 없었지, 모두가 아는 사실 아니냐”고 말했다.

삼성이 그룹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사령탑이 없다면, 그것 자체가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삼성 고위임원은 공식적 사령탑이 없는 삼성의 현실을 “몸통은 있는데 머리는 없는 괴물”이라고 빗댔다. 법적 시비 없는 사령탑 구축이 여전히 숙제인 것이다. 삼성을 괴롭히는 또 다른 핵심 리스크는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이다. 삼성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유리하게 나오면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부담은 가벼워진다. 이 전무가 1~2년 안에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를 맡아 본격적인 승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경영능력 검증 시비가 부담이다. 최근 빠르게 돌고있는 이 전 회장 와병설도 큰 변수다. 이 전 회장의 큰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의 부상이 이재용 전무의 이혼사건과 맞물려 승계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삼성은 엑스파일사건 직후인 2006년 2월 대국민사과와 함께 변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불과 1년반 만인 2007년 10월 김용철 전 구조본 법무팀장의 양심선언으로 위기를 맞았다.

“오늘 발표로 삼성의 쇄신이 완성됐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단지 시작일 뿐이다.” 삼성이 지난해 경영쇄신안 발표 마지막에 한 말이다. 삼성이 미완의 개혁을 어떻게 마무리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