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10돌을 맞은 동대문 쇼핑몰 ‘두타’가 매장을 대형화하고 고객들의 쉼터를 만드는 등 ‘대변신’ 중이다. 23일 서울 동대문 두타 매장에서 고객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매장 1950여개→560여개로 줄여
넓고 쾌적한 쇼핑공간 ‘탈바꿈’
퇴근시간부터 밤까지 고객 북적
신진 디자이너몰 1층 최고 인기
넓고 쾌적한 쇼핑공간 ‘탈바꿈’
퇴근시간부터 밤까지 고객 북적
신진 디자이너몰 1층 최고 인기
‘죽거나 혹은 새롭거나.’ 동대문 쇼핑몰 ‘두타’가 개점 10돌을 맞아 내건 광고 문구다.
경기침체로 동대문 의류 상권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타’는 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며 대변신을 하고 있다. 10년 전 개장 당시 10대들이 주고객이었다면 이제는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또 도매상가의 옷만 떼다 파는 곳에서 신진 디자이너들이 직접 만든 ‘브랜드’들의 경연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21일 이곳에서 매장 관리인, 소비자, 판매 상인이 되어 개장부터 폐장까지 두타의 안과 밖을 20시간 동안 체험해봤다.
오전 10시. 개장을 30분 앞둔 매장에서는 옷을 진열하는 판매사원들의 손이 분주했다. 10시 반, 문을 열자마자 국외 관광객들로 1층이 서서히 들어차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영어·중국어·일어 통역을 담당하는 3명의 통역원이 배치돼 있다. 통역원의 도움을 받아 물건을 고르던 중국인 리쉰핑(46)은 “한국에 오면 꼭 동대문을 들러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값이 중국보다 싼 편은 아니지만, 백화점보다 옷들이 다양하고 예뻐 놀랐다”고 말했다. 1999년 개장 당시에는 10대들의 ‘꿈의 쇼핑 공간’이었던 곳이 이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잡은 것이다.
두타는 엔화·위안화 강세로 관광객들이 몰려들자 최근에는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일본 현지에서 휴대전화로 두타의 상품 정보를 볼 수 있는 모바일 웹페이지 서비스를 선보였다. 외국인들이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가는 트렌드를 볼 수 있어서 두타를 많이 찾는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설명이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30~40대 여성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동창생과 쇼핑을 나왔다던 김진미(45)씨는 “두타는 애들 노는 공간인 줄만 알았는데, 쇼핑하기에도 여유롭고 쉬기에도 좋은 장소”라고 말했다. 두타는 두차례의 매장 개편을 거쳐 매장 수를 초기 1951개에서 현재는 565개로 줄였다. 두타는 지난 2004년 매장 개편 때 120억원을 들였고, 다음달 1일 재개장을 목표로 하는 리뉴얼 작업에는 무려 200억원을 투자했다.
오후 5시를 넘어서자 두타는 점차 활기를 띠어갔다. 두타의 매장 가운데 가장 신선한 기운이 넘치는 곳은 바로 신진 디자이너들의 매장이었다. 두타는 1층에 50여개의 디자이너 브랜드만 들여 ‘대형 소매상가’가 아닌 ‘신진 디자이너 쇼핑몰’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12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직접 옷을 기획, 생산, 판매하고 있었다. 1층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디자이너 오정연씨는 “동대문 브랜드라는 벽을 깨기 어려웠지만, 이제 백화점에 걸맞은 서비스나 공간이 확보가 되니 소비자들도 ‘백화점보다 가격도 서비스도 낫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저녁 7시. 퇴근을 마치고 쇼핑을 하러 오는 직장인 여성들로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다. 특히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이 비치된 1층 매장이 가장 인기를 끌었다. 특히, 방송 등을 통해 알려진 신진 디자이너들의 가게에는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가격은 백화점의 3분의 1이 채 안 되지만, 질은 좋고 대량생산을 하지 않아 희소성이 있는 옷이라 인기가 높다. 평일인데도 여성들의 발길은 밤 10시까지 이어졌다. 두타도 부침을 겪었다. 2003~2004년께부터 온라인 쇼핑몰의 본격 등장과 동대문 패션몰의 시장 포화로 방문객이 줄어드는 등 성장세가 주춤했다. 하지만 이런 변신 노력으로 곧바로 활기를 되찾았다. 실제로 지난 3년 동안 두타의 거래액은 3500억원에서 2008년 4100억원까지 뛰어올랐다. 지난해의 경우 경기침체 탓에 백화점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두타의 거래액은 오히려 10%가량 늘었다. 소비자들이 빠져나가고, 한산해진 새벽 3시 반. 두타 안은 다시 바빠진다. 다음날 장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두타가 생길 때부터 옷가게를 운영해온 안연수(57)씨를 따라 도매 의류 상가로 나섰다. 안씨는 외환위기로 빚더미에 올랐지만, 당시 7000만원을 빌려 두타에 옷집을 열어 성공했다. 그는 거의 매일같이 시장 조사나 옷을 사기 위해 새벽 4시면 동대문 의류 상가를 찾는다. 도매 의류 상가에서는 두타보다 중국인 상인들이 더 많아 보였다. 도매상인 김아무개(39)씨는 “중국인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를 최고로 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1시간 반 만에 7군데의 도매상을 찾아 장사 준비를 마친 안씨와 함께 밖으로 나오자 날이 밝아 있었다. 안씨는 “이제 아들까지 대를 이어 두타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두타를 비롯한 동대문이 정말 아시아 패션산업의 첨단단지가 돼 3대까지 ‘동상’(東商)을 해보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저녁 7시. 퇴근을 마치고 쇼핑을 하러 오는 직장인 여성들로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다. 특히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이 비치된 1층 매장이 가장 인기를 끌었다. 특히, 방송 등을 통해 알려진 신진 디자이너들의 가게에는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가격은 백화점의 3분의 1이 채 안 되지만, 질은 좋고 대량생산을 하지 않아 희소성이 있는 옷이라 인기가 높다. 평일인데도 여성들의 발길은 밤 10시까지 이어졌다. 두타도 부침을 겪었다. 2003~2004년께부터 온라인 쇼핑몰의 본격 등장과 동대문 패션몰의 시장 포화로 방문객이 줄어드는 등 성장세가 주춤했다. 하지만 이런 변신 노력으로 곧바로 활기를 되찾았다. 실제로 지난 3년 동안 두타의 거래액은 3500억원에서 2008년 4100억원까지 뛰어올랐다. 지난해의 경우 경기침체 탓에 백화점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두타의 거래액은 오히려 10%가량 늘었다. 소비자들이 빠져나가고, 한산해진 새벽 3시 반. 두타 안은 다시 바빠진다. 다음날 장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두타가 생길 때부터 옷가게를 운영해온 안연수(57)씨를 따라 도매 의류 상가로 나섰다. 안씨는 외환위기로 빚더미에 올랐지만, 당시 7000만원을 빌려 두타에 옷집을 열어 성공했다. 그는 거의 매일같이 시장 조사나 옷을 사기 위해 새벽 4시면 동대문 의류 상가를 찾는다. 도매 의류 상가에서는 두타보다 중국인 상인들이 더 많아 보였다. 도매상인 김아무개(39)씨는 “중국인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를 최고로 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1시간 반 만에 7군데의 도매상을 찾아 장사 준비를 마친 안씨와 함께 밖으로 나오자 날이 밝아 있었다. 안씨는 “이제 아들까지 대를 이어 두타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두타를 비롯한 동대문이 정말 아시아 패션산업의 첨단단지가 돼 3대까지 ‘동상’(東商)을 해보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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