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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남미 수탈 500년의 역사

등록 2009-04-26 21:24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2009년 4월18일 미주기구(OAS) 정상회담에서 반미의 선봉장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웃는 얼굴로 악수하고, 책을 선물한 것이 화제가 됐다. 2006년 9월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면서 바로 전날 그 자리에서 연설한 부시를 맹비난하면서 “어제 악마가 여기 다녀갔다…. 아직 유황 냄새가 진동을 한다”라고 했던 차베스다.

그가 이번에 오바마에게 선물한 책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1971년에 쓴 <남미의 잘린 혈관>(The Open Veins of Latin America: 박광순 역, <수탈된 대지>, 범우사)이다. 혈관이 잘렸으니 피가 흐르는 것은 당연하다. 남미 대륙이 서구 제국주의에 의해 5세기 동안이나 수탈당한 피비린내 나는 역사가 우루과이 출신 진보 언론인에 의해 적나라하게 서술되어 있다. 이 책은 인터넷 최대 서점 아마존에서 판매 순위 5만등에서 순식간에 2등으로 올라섰다. 2006년 유엔 총회 연설에서 차베스가 추천했던 노엄 촘스키의 <패권이냐 생존이냐: 미국의 세계지배 추구>가 아마존에서 금방 4등으로 올라선 전례가 있으니 차베스는 베스트셀러 제조기인가.

갈레아노의 책을 읽으려면 강심장이 필요하다. 500년간의 수탈, 학살이 너무 끔찍하기 때문이다. 서양의 정복자들이 배를 타고 왔을 때 아스텍, 잉카, 마야 인구는 7천만에서 9천만 사이였다. 그러나 150년 뒤에는 350만으로 줄었다. 반 이상은 서양인이 가져온 천연두, 파상풍 등 전염병 때문에 죽었다. 나머지는 학살과 가혹한 강제노동으로 죽어갔다. 토착 주민 인디오의 대부분이 죽어 인력이 부족하자 제국주의 세력은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사냥 해와서 남미의 광산과 사탕수수 농장에서 혹사했다. 아프리카에서 남미로 오는 배 안에서 천문학적인 숫자의 흑인들이 굶주림과 전염병으로 죽어갔다. 기독교와 문명을 내세운 백인들은 순박한 약소민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것이다.

남미 수탈의 역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볼리비아의 포토시(Potosi)란 곳이다. 한때 이곳은 세계 최대의 은광 덕분에 부의 상징이었다. 포토시가 번영했던 시절에는 말발굽까지 은으로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보면 돈키호테가 산초에게 “포토시만큼 값어치 있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지금은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지역에 불과하다. ‘포토시는 세계에 가장 많은 것을 제공하고도 가장 조금밖에 갖지 못한 곳’이 돼버렸다. 가혹한 채굴 과정에서 800만명의 인디오들이 죽었다. 150년 동안 스페인으로 가져간 은은 당시 유럽 비축량의 3배에 이르렀다. 신대륙에서 유럽으로 대량 반출된 귀금속은 유럽의 발전과 동시에 남미의 저발전을 가져왔다. 두 대륙의 현상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오바마가 이 책을 읽고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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