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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름값 이래도 안내려?정부 ‘최후의 카드’ 실험

등록 2009-04-30 09:38수정 2009-04-3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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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경쟁 끌어낼지 효과 미지수
계약량 등 주유소별 조건 달라
“되레 높은가격 따라갈수도”
내일부터 정유사별 ‘주유소 공급가격’ 공개

기름값, 이번만큼은 잡힐까?

정부와 정유사 사이 ‘운명의 한판’이 시작된다. 오는 1일부터 정유사별 주간 판매가격이 일반에 공개된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에 따라, 매주 금요일 오피넷(opinet.co.kr)과 석유정보망(petronet.co.kr)에 그 전주에 각 정유사가 대리점 및 주유소에 공급한 가격의 평균치를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애초 정유사별로 대리점이나 주유소로 공급되는 가격까지 각각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던 정부는 “영업비밀 침해”라는 정유업계의 반발과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치며 정유사별로만 가격을 공개하고, 2년 뒤 연장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대리점끼리, 주유소끼리 서로 거래해 판매할 수 있는 ‘수평거래’도 1일부터 도입된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이젠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해본 것 같다. 더이상 아이디어도 없다”고까지 말한다.

2~3년 전부터 정부는 정유업계의 경쟁 촉진으로 기름값을 안정시켜 보겠다며 일련의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큰 소득이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최후의 수단’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정유사별 판매가격 공개의 효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007년부터 정부는 단계적으로 원유 수입관세와 석유제품 수입관세를 같은 수준으로 만들고, 비축의무도 국내 정유사보다 완화시켜 주면서 기름 수입업체를 늘려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판매된 휘발유와 경유에서 수입업체의 비중은 각각 0.5%와 0.1%에 불과하다. 주유소 상표표시제(폴사인제) 폐지도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현재 특정 정유사의 상표를 달지 않은 주유소는 전체의 2.8%에 그친다. 마트 주유소는 초기단계로 전국 가격엔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일단 정유사들은 “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가격공개가 꼭 가격경쟁으로 이어지란 법은 없다”며 실효성에 토를 단다. 전문가 중에서도 의문을 표하는 이도 있다. 이문배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시장연구실장은 “가격이 공개되면 업체들 사이에 가격경쟁이 아니라 서로 참조해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묵시적 담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럴 경우 담합으로 조사하기도 어렵다”고 우려했다. 주유소간 또는 대리점간 수평거래에 대해서도 정유사 쪽은 “사고가 날 경우 어느 정유사의 책임인지 가리기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한다. 하지만 내심은 영업이 힘들어진다는 데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주유소마다 계약량이나 결제조건 등이 천차만별이라 공급가격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주유소 사장들이 왜 나만 비싸냐고 항의하기 시작하면 영업을 어떻게 해나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원천적으로 공개가격에 허점도 있다. 예를 들어 에스케이에너지의 경우 주유소 판매가격은 4개 정유사 가운데 가장 높은 편이지만, 이번에 공개될 주유소 공급가 평균은 가장 낮아 주유소의 마진이 높아보일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에스케이의 경우 주유소가 대도시 등 인구밀집 지역에 주로 분포해 임대료 등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케이는 공급물량의 65%를 계열사인 에스케이네트웍스에 보낸 뒤 다시 주유소로 보내기 때문에, 주유소 가격엔 에스케이네트웍스의 마진이 포함되어 있는 측면도 있다.

이에 대해 지경부 석유산업과의 이경수 사무관은 “우려되는 점도 있지만 공급가격 패턴이 국제가격과 일정하게 가고 있는지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할 수 있어 결국 가격구조 투명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소비자가 기름값 인하를 체감하려면 리터당 100원대 정도는 떨어져야 하는데, 높은 유류세 비중 때문에 이런 인하는 쉽지 않다. 휘발유의 경우, 교통세·교육세·주행세·부가세 등의 총액이 820원에 달해 공급가격인 550원를 훌쩍 뛰어넘는다.

하지만 유류세가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나 되는데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국가의 에너지 정책상 세금정책은 쉽게 바꿀 수 없다. 경쟁체제 도입만이 기름값 안정에 거의 유일한 정책수단인 것이다. 과점체제를 이룬 정유사들의 가격결정 구조가 투명하지 않고, 거품이 끼어있는 측면이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지경부의 성시헌 석유산업과 과장은 “포인트제도 운영 등 업체들의 과도한 마케팅·영업비용이 기름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며 “한가지 정책이 금방 효과를 낼 순 없어도 이번 가격비교를 계기로 이제까지 정책들이 시너지효과를 내면 거품을 거둬낼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사위는 이제 던져졌다. 최원형 김영희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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