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IDT 지분거래 일지
경제개혁연대 “자회사 주식 헐값에 넘긴 뒤 비싸게 되사”
금호아시아나 “주가는 공정한 평가 받아 결정한 것” 해명
금호아시아나 “주가는 공정한 평가 받아 결정한 것” 해명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박삼구 회장 일가에게 자회사 주식을 헐값에 넘긴 뒤 비싸게 되사주는 방식으로 최소 200억원 이상의 거액을 편법 지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12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박삼구 회장 일가가 보유한 자회사 아시아나 아이디티(IDT)와 아시아나 애바카스 지분을 약 240억원에 사들여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가 짙다며, 회사 쪽에 공개질의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 아이디티는 아시아나항공의 정보통신사업부를 떼어내 만든 회사로,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90%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03년 6월 유상증자 때 아시아나항공이 주식인수를 포기한 뒤, 총수 일가가 실권주 8만2800주를 주당 1만원에 인수해 대주주가 됐다. 아시아나 아이디티는 2004년 외국인 지분 유상감자, 2005~2006년 두 차례에 걸친 주식배당과 주당 액면가액 분할(1만원에서 5천원으로) 등을 단행해, 총수 일가의 보유주식 가치는 더 커졌다.
경제개혁연대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11월 총수 일가가 보유한 아시아나 아이디티 주식 28만5600여주를 주당 7만1330원에 사들인 것은 주당 순자산가치와 주당 순이익을 고려해 산정한 적정가격 선인 1만6000원에 비해 4.4배나 비싸다”며 “박 회장 일가가 2003년 주식을 사들인 가격도 적정가격 선인 2만1천원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총수 일가가 아시아나 아이디티 주식을 헐값에 사들이고, 다른 계열사와 내부 거래를 해 회사를 성장시킨 뒤 비싼 값에 주식을 되팔아 200억원의 부당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거래 과정은 총수 아들에게 전환사채를 헐값에 넘긴 삼성에버랜드 사건과, 총수 소유회사를 계열사간 내부 거래로 성장시켜 막대한 자본 이득을 안긴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 사건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또 아시아나 애바카스는 2004년 5월 아시아나 아이디티의 컴퓨터예약시스템사업부를 떼어내 만든 회사로, 애초에는 아시아나 아이디티가 50%, 총수 일가가 30%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7년 6월 아시아나 아이디티 지분을 주당 2만6300여원에, 지난 1월 말에는 총수 일가 지분을 주당 5만9천여원에 각각 인수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총수 일가의 주식 매각가격은 지분법상 주당평가액인 9700원에 비해 6배가량 비싸다”며 역시 부당성을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그룹이 위기 상황인데도 총수 일가의 주식을 비싼 값에 되사줘 거액의 자본 이득을 안겨준 것은 회사와 총수 일가 모두 비판받아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비상장 자회사의 주식가격은 공신력 있는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객관적이라고 인정되는 상속·증여세법상의 평가 방법을 준용하여 공정하게 산정된 것이기 때문에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득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박 회장 일가는 지주회사인 금호산업 등의 지분을 늘리기 위해 불필요한 비상장주식을 지속적으로 정리중이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