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서경배 대표이사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사장 “세계 10위 화장품회사 목표”
미·일 백화점서 ‘명품’ 이미지 쌓기, 지난해 중국매출 60%↑
미·일 백화점서 ‘명품’ 이미지 쌓기, 지난해 중국매출 60%↑
“20세기 이전에 사치품은 아시아에서 나왔다. 이제 그 역사를 아모레퍼시픽이 이어가 ‘뷰티 로드’를 열어 가겠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사진) 대표이사는 지난 15일 홍콩에서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프레스티지 전략’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차분한 어조였지만 망설임 없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까지 국외 시장 매출 연평균 24% 신장, 2009년 3160억원에서 2015년 1조2천억원 매출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가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따를 수 있었다. 그러나 청사진은 구체적이었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 같은 화장품 분야 선진시장에 진입한 뒤 주변의 신흥시장으로 넓혀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미 미국에는 백화점 35곳에 입점했고, 16개 화장품 편집 매장에도 자리를 마련했다. 향수 시장의 격전지인 프랑스에서 아모레퍼시픽의 ‘롤리타 렘피카’는 지난해 시장 점유율 5위를 기록했다. 이런 선진 시장에서의 기반을 발판으로 신흥시장에서의 매출도 급성장 중이다. 국제부문 담당 이상우 부사장은 “현재 시장 규모가 큰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2008년 매출 신장률은 각각 18%, 8%였지만, 아직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중국에서는 60%에 이르는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런 세계화 전략의 선두에 서 있는 브랜드는 ‘아모레퍼시픽’과 ‘설화수’다. 브랜드로서의 ‘아모레퍼시픽’은 현대적이면서도 명품의 가치를 담은 고급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일본 고급 백화점인 니혼바시 미쯔코시 백화점에 올해 3월 입점했고, 5월에는 신주쿠의 다케시마야 백화점에서도 문을 열었다. 지난 13일 오후 1시께 찾은 미쯔코시 백화점의 아모레퍼시픽의 매장은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매장 규모가 2~3배 되는 다른 고급 화장품 매장에는 상담 받는 소비자들이 거의 없다시피 한 시간대였다. 국내 화장품 단일 브랜드로 처음으로 지난해 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설화수’의 국외시장 진출 전진기지는 홍콩이다. ‘라네즈’로 브랜드 인지도를 닦아 고급 브랜드 진출의 기틀을 마련했다. 홍콩에 거주하는 송아무개(42)씨는 “홍콩 사람들은 이제 기억나는 한국 브랜드를 하나 꼽으라면 10명 가운데 절반은 ‘라네즈’를 꼽는다”고 말했다. 2~3년 전만 해도 삼성이나 엘지를 떠올렸던 사람이 더 많았다는 게 송씨의 설명이다. 15일 오전 11시께 찾은 홍콩 캔톤로드의 설화수 전용 매장은 공사로 분주했다. 지난해 12월 연 이곳에 2~4층을 스파 시설로 꾸미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의 ‘2015년 세계 10위 화장품회사’의 청사진에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회사는 기초 화장품부터 향수, 생활용품까지 잘 짜여진 포트폴리오를 갖췄지만, 지명도 높은 색조 화장품 브랜드는 없다. 이에 대해 서 대표는 “기초 화장품 등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려 한다”고 전제한 뒤, “회사 내부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우리의 비전에 맞는 좋은 브랜드가 시장에 나오면 운영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쿄·홍콩/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