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호스 카르텔 적발…5억6천만원 부과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마린호스(해상석유운반호스)를 팔면서 입찰 때 짬짜미(담합)를 해온 6개 다국적기업들을 적발해 제재를 내렸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공정거래당국들이 최근 경제위기 이후 국제카르텔(담합)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공정위도 외국기업들의 담합에 대한 제재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일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4개국 소속 6개 다국적기업들이 최소 1997~2006년 사이 7년간 전세계 시장에서 마린호스의 입찰담합에 가담해온 것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6천만원을 부과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적발·제재한 최초의 국제 입찰담합이다.
담합기업들은 브릿지스톤·요코하마고무(이상 일본)·던롭(영국)·트렐레보르그(프랑스)·파커아이티알·마눌리(이상 이탈리아) 등이다. 이들의 답합은 실제로는 1970년대까지 거슬로 올라갈 정도로 오랫동안 이뤄진 것으로 추정됐다. 마린호스의 전세계 시장규모는 1억4천만달러로, 이들 6개사가 95%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시장은 연평균 40억원으로 이들이 10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입찰담합으로 에스케이에너지, 에스오일, 지에스칼텍스 등 국내 5개 정유사들이 마린호스를 정상가격보다 15%정도 비싸게 사서, 36억원 정도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의 신봉삼 국제카르텔과장은 “지난 2006년 말 요코하마고무의 카르텔 자신신고에 따라 조사가 시작됐다”며 “이들은 이른바 마린호스클럽을 결성한 뒤 세부운영규칙을 만들고 전문컨설턴트를 선임해 전 세계 입찰건별로 낙찰예정자와 위자입찰자를 결정하는 등 고도로 체계화된 카르텔을 운영해왔다”고 밝혔다.
미국, 유럽연합, 영국, 일본의 공정거래당국에도 요코하마고무의 자진신고를 받아 마린호스 국제카르텔에 대한 제재를 했다.
국제카르텔 제재를 올해 중점업무의 하나로 설정한 공정위는 현재 10여건의 국제카르텔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르면 다음달 안에 추가 제재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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