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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사상 최대의 빈부격차

등록 2009-05-24 19:57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지난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표인 지니계수가 2008년 0.325에 도달해서 1990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것은 1인 가구와 농가를 제외한 도시근로자 가구의 시장소득을 갖고 계산한 것이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을 취한다. 모든 사람의 소득이 똑같은 나라가 있다면 0이 되고, 한 사람이 국민소득을 몽땅 갖는 나라가 있다면 1이 되는데, 둘 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대부분 나라는 0.2에서 0.6 사이의 값을 취한다. 0.325란 값 자체는 높은 게 아니고 오히려 낮은 편이다. 그리고 사상 최대라고 하지만 2007년의 값이 0.324였으므로 겨우 0.001 상승했을 뿐이다.

그러면 문제가 없는가? 아니다. 첫째, 이번 자료에는 1인 가구와 농가가 빠져 있는데, 최근 세계적으로 소득불평등 증가 경향의 배후에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1인 가구의 증가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 1인 가구를 포함하면 불평등은 더 크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농가까지 포함하면 불평등은 더 커질 것이다.

둘째, 시장소득을 갖고 계산한 지니계수가 0.325인데, 정부의 재정(조세와 정부지출)이 개입한 뒤의 가처분소득을 갖고 계산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점이다. 정부 재정에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기 때문에 이 값은 물론 낮아질 텐데, 한국의 문제는 소득재분배 효과가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한국 재정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10% 미만이어서 미약 그 자체다. 이 값은 과거 정부에서는 3%, 김대중 정부 때 6%, 노무현 정부 때 9%라는 연구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재정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평균 42%여서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된다. 예를 들어 복지국가 스웨덴은 시장소득의 지니계수는 0.44로서 불평등이 상당히 큰 나라인데, 정부 재정 개입 후에는 지니계수가 세계 최저인 0.22로 떨어진다. 즉, 정부 재정이 불평등을 절반으로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역대 정부는 오직 성장에만 몰두하여 재분배에 신경을 전혀 쓰지 않았기 때문에 3%라는 재분배 기능을 갖고 있었다. 이는 국가가 국가이기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며, 지구상에 이런 나라는 극히 드물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 땅 파고 강 파는 건설예산은 크게 늘리면서 복지예산은 제자리걸음이어서 앞으로가 걱정이다. 작년 지니계수가 사상 최대가 아니라 매년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경제학회에서 2년에 한 명씩 수여하는, 노벨경제학상보다 따기 어렵다는 클라크 메달 수상자가 지난달 에마뉘엘 사에즈로 발표되었는데, 그의 연구업적은 1929년과 2006년에 미국이 사상 최대의 빈부격차에 도달했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사상 최대의 빈부격차 직후에 대공황이 왔고, 이번에 다시 경제위기가 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나친 빈부격차가 재앙을 몰고 온다는 사실은 성장일변도 한국에 심각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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