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주택 추이
정부 지난해 ‘6·11 미분양 대책’ 그후…
‘불꺼진 집’ 13만4700가구…6천여가구 늘어
몇년간 공급과잉에다 정부대책 약발 없어
양도세 감면 등 ‘수도권 쏠림현상’ 부작용
‘불꺼진 집’ 13만4700가구…6천여가구 늘어
몇년간 공급과잉에다 정부대책 약발 없어
양도세 감면 등 ‘수도권 쏠림현상’ 부작용
“청라지구의 ‘청약 열풍’은 다른 나라 얘기처럼 들립니다. 여기서는 준공 뒤에도 안 팔린 아파트를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이니까요.”
10일 충남 천안시의 한 건설사 분양소장은 현지 주택시장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수도권에서는 최근 청라지구 등에서 청약 과열 현상이 나타나는 등 분양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지방의 사정은 180도 딴판이라는 것이다. 이 건설사가 지난 2007년 분양했던 아파트는 지난 4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그러나 입주 지정 기일이 임박한 현재까지 입주율은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여태껏 팔리지 않은 미분양 물량이 꽤 남아 있는 속사정 때문이다.
■ 지방 미분양주택 1년 전보다 늘어 지방 소재 주택에 대한 취득·등록세 감면 등을 뼈대로 한 6·11 지방 미분양 대책이 나온지 1년이 흘렀지만 지방의 분양시장은 좀처럼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집계한 4월말 현재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13만4700가구로, 지난해 대책이 발표된 6월 당시(12만8308가구)보다 되레 6천여가구 더 늘어났다.
건설사들은 미분양 물량을 한 채라도 더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분양가 할인이다. 대구와 부산 등 대도시에서 20~40%의 분양가 할인 조건을 내건 아파트가 나온지는 오래됐고, 최근에는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반값 할인’까지 등장하고 있을 정도다. 자동차 등 사은품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준공 뒤 미분양이 많은 대구광역시에서는 최근 들어 ‘전세 전환’이 유행하고 있다. 이는 건설사가 미분양 주택을 일단 전세로 놓고, 여기에 입주한 세입자가 나중에 희망하는 경우 분양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 사이에 입주한 ‘범어동 래미안수성’, ‘성당동 래미안’, ‘성당동 두산위브’, ‘본리2차 롯데캐슬’ 등이 미분양 주택을 전세로 돌린 사례다. 이들 아파트는 전체 물량의 20~50%를 전세로 돌리면서 계약 기간은 2년, 전세가격은 분양가의 20~30% 수준으로 책정해 전세 수요층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일부 업체는 재분양 때 전세 입주자에게 우선권을 보장해주는 조건을 달기도 했다.
■ 수도권-지방 양극화 심화 부동산업계에서는 지방 주택시장이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기본적으로 지난 몇년새 누적된 주택공급 과잉이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난 2006~2007년 당시 국내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지방으로 몰려가 고분양가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대거 분양 물량을 쏟아낸 게 결정타가 됐다는 것이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당시 대형,중견 건설사들의 경쟁적인 지방 시장 공략이 결과적으로 현재 준공 전후 미분양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주택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미분양 대책이 지방에서 이렇다할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지난해 6·11 대책 이후 올해까지 몇차례 이어진 부동산 대책에서도 전매제한 완화, 양도소득세 감면 등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책을 계속 내놓았다. 그렇지만 이런 대책들은 지방보다 수도권에 더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신축·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5년간 감면 조처가 단적인 사례다. 이 조처는 지방과 함께 수도권도 60~100%(과밀억제권역 60%, 기타지역 100%) 세금 감면을 적용한 탓에 시중 부동자금이 인천 청라지구 등 수도권 분양시장에 지나치게 쏠리는 부작용을 몰고 왔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도권에서 나타난 청약 과열과 집값 반등이 지방으로 번지는 현상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물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어 지방의 바닥부터 주택 실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한 유동성 확대로 인한 자산가격 상승 현상은 서울·수도권 특정지역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정부는 ‘윗목이 따뜻해야 아랫목도 따뜻해진다’는 논리로 수도권 주택시장이 회복되면 시차를 두고 지방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지방 주택시장은 수도권과 상관없이 실물경기가 살아나야 침체에서 벗 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