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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상처뿐인 M&A…금호, 대우건설 결국 되판다

등록 2009-06-29 13:55수정 2009-06-29 14:39

대우건설 지분 구조
대우건설 지분 구조
‘풋옵션’ 4조 압박에 자본잠식 위협
2년반만에 재매각…‘빚잔치’에 휘청
공개매각 안되면 산은 인수 가능성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갚지도 못할 빚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결국 빚잔치만 벌이게 됐다. 2006년 말 인수한 대우건설을 되팔기로 한 것이다. 인수할 때 재무적 투자자들과 맺은 ‘풋백 옵션’(주식매도 선택권)을 처리하려면 연말까지 4조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잇따라 인수하는 ‘몸집 불리기’로 재계 순위가 껑충 뛰었으나, 인수 자금의 절반 이상을 사실상 외부 차입금으로 조달하는 바람에 그룹 전체가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왜 팔기로 했나? 금호그룹은 28일 “대우건설 풋옵션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대우건설을 계열사에서 분리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금호 쪽은 “그룹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인수 부담을 줄여 쉽게 매각될 수 있도록 주채권은행 및 자문사 등과 협의해 매각 규모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 현황
대우건설 현황

풋옵션의 ‘덫’은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금호그룹은 2006년 11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대우건설 지분 72%를 주당 2만6262원에 사들였다. 이 가운데 39.6% 지분 매입자금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대신, 올해 말에 금호가 주당 3만2500원에 되사주기로 계약을 맺었다. 모두 약 4조2000억원어치에 이르는 금액이며, 시한은 올해 연말까지다. 그러나 대우건설 주가는 올 들어 연중 최고치가 1만3400원일 정도로, 풋옵션 행사가격를 크게 밑돌고 있다. 금호는 당장 풋옵션 정리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지금 대우건설 주식 시세로 풋옵션 계약을 이행하면 금호산업은 무려 2조원이 넘는 손실을 보게 된다.

금호는 최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7월 말까지 풋옵션을 인수할 제3의 투자자를 유치 못하면 지분과 경영권을 넘기겠다”는 재무개선약정을 맺어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금호 고위 임원은 “투자자가 사모펀드 설립과 교환사채(EB) 투자를 제안했는데, 그룹 전체 부채비율의 증가로 재무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어 매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매각 어떻게 되나? 금호는 일단 대우건설 지분 공개 매각을 추진하되, 산은이 조성하는 사모투자펀드로 넘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매각은 △재무적 투자자 지분 39.6%+경영권 프리미엄 △50%+1주 △투자자 지분 39.6%+금호그룹 지분 32.5% 전량 매각 등 3가지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공개 매각에서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 산은의 사모펀드로 넘어가게 된다. 산은은 사모펀드를 통해 시가에 30%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주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산은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참여할 투자자들을 모아 여러 조건을 협의해야 하는데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몇 %로 할지도 협상을 해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관건은 ‘가격’이다. 금호는 대우건설 인수에 약 6조4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손흥익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 주식은 인수합병 호재에 따른 주가상승 여지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주당 1만8000~2만원에 거래될 수 있을 것”이라며 “3조2500억원이면 대우건설 지분 50%를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 있는 매물”이라고 평가했다. 금호로선 최대한 비싼 값에 팔아야 매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금호 유동성 풀리나?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매각하면 일단 유동성 위기의 ‘화근’은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한 계열사들에게 깊은 상처가 남는다. 특히 18.6%의 지분과 풋옵션 계약을 모두 떠안고 있는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의 손실이 크다. 금호산업은 대우건설 지분을 주당 1만6000원에 팔아도 직접 매매 손실만 약 6000억원에 이른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말 현재 순자산이 1조1449억원이지만,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9000억원가량 더 많은 상태다. 여기에 대우건설 매각에 따른 직간접적 손실까지 반영하면 자본잠식에 이를 수도 있다. 이를 벗어나려면 다른 계열사 지분도 팔아야 하는데, 문제는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린다는 데 있다. 금호그룹의 출자구조를 보면, 박삼구 회장 일가를 정점으로 해 금호석유화학→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등으로 이어져 금호산업이 핵심 연결고리 구실을 하고 있다. 금호 관계자는 “손실 최소화를 위해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며 “주가상승과 자산매각 등으로 손실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매각에 따른 그룹 이미지 실추도 만만치 않다. 2년반 만에 다시 ‘주인’을 찾아야 하는 신세가 된 대우건설 직원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2006년 대우건설을 금호에 지나치게 비싼 값에 매각한 정부와 캠코의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황예랑 김수헌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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