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2009년 투자 및 고용 현황
상반기 투자 15.7%·신규채용 32.6%나 줄어
30대 그룹이 올 상반기 신규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32.6%, 투자는 15.7% 각각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에도 이들 대기업의 고용·투자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조사됐다. 재계가 경기침체를 내세워 각종 감세와 규제완화 등 잇속만 챙기고, ‘일자리와 투자 확대에 힘쓰겠다’는 약속은 공수표를 날린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일 ‘제3차 민·관 합동회의’에서 보고한 ‘30대 그룹 투자·고용 실적 및 계획’을 보면, 올 상반기 투자 규모(시설투자+연구개발투자)는 32조593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8조7천억원)보다 15.7% 감소했다. 상반기 신규채용(청년인턴 제외)은 3만508명으로 지난해 상반기(4만5244명)보다 32.6%나 줄었다.
하반기에는 투자·고용 부진이 다소 완화되겠지만 감소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는 지난해 하반기와 견줘 6.1%, 채용 규모도 25.0%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하반기 연구개발(R&D) 투자액은 16조917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8%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30대 그룹에 속한 대기업의 올해 연간 투자액(72조6732억원)과 신규채용(5만9286명)은 지난해보다 각각 10.7%, 29.4% 감소할 것으로 전경련은 예상했다.
그러나 이런 투자·고용 실적은 지난 2월 ‘대졸초임 삭감’ 등을 통해 “임금은 줄이는 대신 고용 유지·확대에 힘쓰겠다”는 약속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특히 이들 기업은 올해 정규직 신규채용은 크게 줄인 반면, 청년인턴(대학생 인턴 제외) 채용은 지난해보다 85.5%나 증가한 1만3023명으로 대폭 늘렸다. 하반기 연구개발 투자 확대 역시 관련 비용의 세액공제 비율을 최고 30%까지 높이겠다는 이날 정부 발표와 입을 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대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경기회복의 불확실성 탓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승철 민주노총 대변인은 “현금성 자산과 잉여금이 사상 최대 수준인 상황에서 규제나 세금 부담 때문에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재계 요구의 허구성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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