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새로운 상징이 될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이 착공 18개월 만에 지상 55층 골조 공사를 마치고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이 호텔의 건물 한쪽은 지면에서 최고 52도 기울어져 있다. 쌍용건설 제공
피사의 탑 10배 52도 기울기수주액 6억9천만달러 최대높이 207m·길이340m 호텔
첨단 건축기술의 각축장으로 유명한 싱가포르에 한국 건설회사가 금자탑을 세웠다.
부동산개발 전문업체인 라스베이거스샌즈그룹은 8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 공사현장에서 설계자인 모셰 사프디와 시공사인 쌍용건설의 김석준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상량식을 열었다. 상량식은 건물의 골조공사가 끝난 것을 기념하는 행사다.
착공 18개월 만에 골격이 완성된 이 호텔은 한 일(一)자로 늘어선 3개동이 각각 사람 인(人) 자형 구조로 설계된 게 특징이다. 지상에서 최고 52도 기울어져 올라가는 한쪽 건물을 지상 70m(23층)에서 수직으로 선 다른 쪽 건물과 연결한 후 55층까지 올리는 독특한 설계 때문에 착공 전부터 세계 건축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런 건물 기울기는 ‘피사의 사탑’ 기울기(5.5도)의 10배에 가까운 것이다.
쌍용건설은 기울어진 건물을 쌓아올리기 위해 ‘포스트 텐션 공법’(강선 케이블로 구조물을 끌어당겨 하중을 지탱하는 방식)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지난 3월 두 건물을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또 난공사지만 공기를 맞춰달라는 발주처의 요구도 충족했다. 쌍용건설은 24시간 주야간 작업을 벌여 3~4일 만에 1개 층을 시공, 예정보다 한달 이상 빠른 18개월 만에 골조 공사를 마치는 기록을 세웠다.
쌍용은 골조 공정을 마무리함에 따라 앞으로는 2600객실 마감 공사와 3개 호텔의 56~57층을 연결해 축구장 두배 크기(1만2천㎡)의 ‘하늘공원’을 설치하는 공사를 연말까지 진행한다. 수영장·전망대·정원·산책로·레스토랑·스파 등이 들어설 총 길이 340m의 하늘공원은 보잉 747 여객기 길이와 맞먹는 70m 가량이 별도의 지지대 없이 허공으로 돌출되는 기묘한 모습이다. 여기에 쓰이는 철골 구조물 무게만 7000t에 이른다.
이 호텔은 싱가포르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복합 리조트의 중심이다. 최고 57층(하늘공원 2개층 포함)인 건물의 높이가 207m다. 쌍용건설은 국외 건축물 수주 사상 최대 규모인 6억8600만달러에 단독으로 공사를 맡아, 올 연말께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날 상량식 행사에 앞서 공개된 건물 안쪽 모습은 상상을 초월하는 기울기로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건물이 기울어진 탓에 엘리베이터는 7층까지만 다니고 그 위로는 운행되지 않는다. 기울어진 건물의 고층부로 가려면 건너편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연결된 다리를 건너야 하는 구조다.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상징물)이자 한국 건설회사가 일군 국외건축 공사의 이정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상량식을 마친 뒤 “최고의 인력과 기술력을 총동원했지만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공사였다”며“한국 건설업계의 위상을 높였다는 점에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싱가포르/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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