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억 과징금…한전 묵인 의혹도
삼성, 엘에스(LS), 대한전선 등 재벌 계열사들이 한국전력공사의 통신선 입찰에서 8년간이나 장기간 담합을 하다가 적발됐다. 한전도 업체들의 담합사실을 사전에 알고서도 묵인·방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삼성전자, 엘에스, 대한전선, 가온전선 등 4개사가 한전의 ‘피뢰침 겸용 통신선’ 구매입찰에서 지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8년간 담합을 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6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국가기간 산업인 전선부문에서의 담합이 적발되기는 처음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 업체들은 지난 99년 3월 한전의 통신선 입찰 물량을 삼성, 엘에스, 대한전선이 각 26.7%씩, 가온전선이 나머지 20%를 차지하기로 합의하고, 이때부터 2006년까지 실시된 17차례의 입찰(총 입찰물량 약 900억원)에서 담합을 했다. 업체들은 매번 입찰 때마다 수주예정자를 미리 정해놓고, 나머지 업체들이 수주예정자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는 들러리 입찰을 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들은 이런 방식으로 평균 낙찰가격을 예정가격의 99.3%라는 높은 가격에 받았다. 공정위는 “2007년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뒤 4개 업체가 담합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관련 증거를 제출해 업체별 조사협조 정도를 감안해 과징금 감면 혜택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한전이 독점수요자인 상황에서 소수의 특정 사업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예정가격에 거의 근접한 높은 가격으로 담합입찰을 한 점을 감안할 때, 한전이 담합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묵인·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전선업체들의 담합은 99년 가온전자가 새로 진입한 이후 업체간 과열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져, 담합 사실을 알아채기가 쉬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국가기관의 경우 낙찰률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공정위에게 담합 의심 사실을 통보해주는 것이 관례인데, 한전의 경우 통신선 입찰과 관련해 단 한 차례도 공정위 통보 사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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