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하다…세계 누비는 ‘한국산 강소제품’
애니데이타 러 이동통신 장악…한경희청소기 미 홈쇼핑 납품
코트라 31개 제품 분석 발표…“마케팅 능력과 기술력이 무기”
코트라 31개 제품 분석 발표…“마케팅 능력과 기술력이 무기”
세계시장을 누비는 한국 중소기업들의 작지만 강한 제품들이 늘고 있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외국시장에서 선전하는 이들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의 특징은 무엇일까? 코트라(KOTRA)가 14일 세계 20개국에서 활약 중인 31개 한국제품을 분석해 내놓은 보고서 ‘세계시장을 누비는 한국의 강소제품들’을 통해, 이들 제품의 성공전략을 살펴본다.
■ 신기술로 무장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한국제품은 주로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나왔다. 애니데이타는 지에스엠(GSM) 이동통신 방식이 99%를 차지한 러시아 시장을 전용 시디엠에이(CDMA) 단말기·모듈로 공략해, 지난 2007년 2367만달러를 수출했다. 중소기업이 정보기술 분야에서 단일품목으로 러시아에 수출한 최대 금액이다. 현재는 지난해보다 3배 이상 규모가 커진 러시아 시디엠에이 이동통신시장의 ‘최강자’로 자리 잡았다. 성남의 중소기업 다날은 지난달 미국시장에 휴대전화 결제시스템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미국에는 없는 기술이지만, 직접 시제품을 제작해 시연하는 등의 노력 끝에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지 벤처투자기업으로부터 600만달러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 현지화 마케팅 경쟁이 치열한 소비재 시장에서는 독창적인 현지화 마케팅이 큰 힘을 발휘한다. 한경희생활과학은 미국 홈쇼핑 1위 업체인 QVC에 스팀 살균청소기를 납품하고 있다. 바닥에 카펫이 깔려있는 미국 가정에선, 바닥이 젖지 않는 스팀청소기가 딱 알맞다. 올해 매출액은 5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다산기공은 일본 기업이 독차지한 미국의 세탁소용 셔츠 프레스머신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몸집이 큰 미국인들에 맞춰, 다양한 사이즈의 셔츠도 이용가능하도록 기계를 만든 것이 성공비결이다. 올해 150만달러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에버피아는 베트남 남부와 북부의 기후가 다른 점을 감안한 제품 디자인으로 베트남 침구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베트남 진출 섬유기업 중 유일하게 디자인 전담부서를 운영한 덕분이다. 현재 하노이에 있는 침구류 가게의 70%가량이 에버피아의 브랜드인 ‘에버론’ 위조상품을 팔고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품질로 승부 품질과 가격경쟁력으로 인정받는 제품은 분야에 상관없이 돋보이게 마련이다. 삼정 캐리월드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블록성형용 철받침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다. 시멘트블럭과 보도블럭을 제조할 때 사용되는 이 제품은 국제 규격인증을 통과한 우수한 품질을 갖췄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식품보관용기 제조업체인 락앤락(사진 위)은 대형쇼핑몰과 백화점을 집중 공략한 유통판매 전략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고급제품 이미지를 확보했다. 더페이스샵(사진 아래)은 중저가 제품이면서도 권상우, 배용준 등 한류스타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명품 이미지를 갖춘 화장품으로 외국시장 개척에 성공했다.
코트라 조병휘 통상조사처장은 “마케팅 능력과 기술력을 무기로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후발주자들은 이들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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