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 현황
제주항공 이어 진에어·에어부산 국제선 취항 채비
자금력 부족 중소항공사 운항중단 명암 엇갈려
자금력 부족 중소항공사 운항중단 명암 엇갈려
저가항공업계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경기침체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중소 저가항공사들은 잇따라 날개를 접는 반면, 대기업의 자금력을 등에 업은 저가항공사들은 국제선 취항을 본격화하며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 국제선 취항 본격화 기존 항공사보다 70~80% 싼 요금을 내세운 저가항공사들의 경쟁은 올 하반기부터 국내선에서 국제선 쪽으로 옮겨붙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는 16일 취항 1주년을 맞아 “10월29일 인천~방콕, 인천~마카오 2개 국제노선에 동시취항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 1월까지 5개 국제선을 운항하겠다”고 밝혔다. 방콕은 국내항공사가 운항하지 않는 오전 시간대 ‘틈새’를 노리고, 마카오는 국적항공사가 정기운항하지 않는 신규노선이다. 진에어는 오는 12월 인천~오사카, 인천~중국 웨이하이에 이어 내년 1월 인천~괌 노선에 비행기를 띄울 예정이다.
애경그룹과 제주도가 공동설립한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저가항공사로는 가장 먼저 국제선에 발을 디뎠다. 현재 인천~오사카, 인천~기타큐슈, 인천~방콕 등 3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신종플루 등에 발목을 잡혀 지난달 탑승률이 30~40%대에 머무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제주항공은 왕복 8만원짜리 항공권 판매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7월말 예약률을 60~70%대까지 높혔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국제노선은 어차피 단기수익을 기대하지 않았다”며 “취항 후 6개월가량은 지나야 노선이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도 내년 3월께 국제선에 취항할 계획이다. 지역은 일본이 유력하다. 전라북도에 기반을 둔 이스타항공도 내년 국제선 취항을 목표로, 지난 10일 중국 상하이 춘추항공과 제주~상하이 노선 취항을 위해 좌석을 공유하기로 하는 협정을 맺었다. 국토해양부가 오는 9월부터 항공기 3대, 자본금 150억원의 국제 항공운송 사업자 기준만 갖추면 국제선을 띄울 수 있도록 관련규정을 완화함에 따라, 저가항공사들의 국제선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 날개 접는 항공사들 그러나 기존 항공사 경영노하우를 전수받지 못하거나, 대기업의 탄탄한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중소 저가항공사들은 잇따라 ‘운항 중단’ 위기에 놓였다.
국내 첫 저가항공사로 청주에 기반을 둔 한성항공은 지난 15일 부정기 항공운송사업등록 취소 처분 절차에 들어갔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한성항공 쪽이 믿을 만한 투자유치나 회생방안을 내놓지 못했다”며 “청문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회생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성항공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누적적자가 270억원에 이르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운항을 중단했다. 울산에 기반을 둔 코스타항공도 새로운 투자자 유치계획이 벽에 부딪히면서, 사업등록 취소 처분 절차를 밟고 있다. 40% 수준의 낮은 탑승률 때문에 60억원이 넘는 적자가 쌓였던 영남에어는 지난해 말 최종부도 처리됐다.
김재건 진에어 대표이사는 “저가항공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가장 큰 이유는 항공업에 대해 잘 모른 채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며 “항공업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생산성은 떨어져, 비행 안전과 같은 노하우나 탄탄한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저가항공사가 자리잡을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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