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한 무역회사는 러시아 철강업체 대리점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업체의 주문을 받고 신용장을 개설해 280만유로를 입금했다. 하지만 그뒤 이 업체와 연락이 끊겨, 코트라(KOTRA) 모스크바 코리아비즈니스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해당 대리점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기업체를 찾아 러시아까지 달려갔지만 신용장 대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코트라는 22일 코트라 모스크바 센터와 한국대사관에 접수된 독립국가연합(CIS) 및 러시아인들의 무역 사기 사건이 지난 5~6월 사이에 크게 늘어 국내기업들의 주의가 요망된다고 밝혔다. 코트라 관계자는 “예전에는 많아야 한달에 한건 정도 피해사례가 접수됐는데, 최근엔 3~4배 늘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기유형은 자원개발과 관련해 러시아 기업을 사칭하는 것이다. 한 국내기업은 “러시아 에너지협회에 등록해주겠다”며 고액의 등록비를 요구받았다고 했다. 실제 협회 등록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 또 다른 국내기업은 “러시아 지방에 있는 백화점에 아는 사람을 통해 납품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3000만원어치나 되는 샘플을 발송했다. 하지만 그런 백화점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윤수 코트라 모스크바 센터장은 “최근 우리 기업들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급한 마음에 무역 사기를 당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 같다”며 “특히 러시아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나 프로젝트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고위층 운운하는 제안에는 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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