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학 등 사상최대 실적 행진
남들 몸사릴때 공격적 투자·마케팅 팔걷어
인수합병 등 한눈 안팔고 내실경영 성과도
남들 몸사릴때 공격적 투자·마케팅 팔걷어
인수합병 등 한눈 안팔고 내실경영 성과도
엘지(LG)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올 2분기 잇따라 깜짝 실적을 내놓으며 약진하고 있다. 전자·화학·통신 등 3개 주축 사업부문이 고루 선전하는 모양새다. 특히 실적뿐 아니라 투자와 마케팅 등 경영전략도 선제적이고 공격적이다. ‘2등 전략’을 맴돌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엘지전자는 올 2분기에 연결 기준 매출액 14조4974억원, 영업이익 1조1330억원의 경영실적을 냈다고 22일 밝혔다. 분기별 영업이익이 1조원을 웃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사 기준 순이익과 경상이익도 2001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주력인 휴대전화 부문에서 전세계 시장 점유율 10% 벽을 뚫으며,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가량(5375억원)을 올렸다. 텔레비전·에어컨·가전 사업부문도 모두 분기별 최대 매출에, 각각 1000억원 이상의 영업흑자를 냈다.
앞서 엘지디스플레이(LGD)는 분기별로 사상 최대 매출액(4조8905억원)을 올리며 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엘지화학은 사상 최대 영업이익(6603억원)과 순이익(4671억원)을 냈다. 엘지텔레콤(LGT) 등 통신 부문 계열사들은 치열한 마케팅 경쟁 탓에 이익폭은 줄겠지만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엘지의 약진은 증시에서도 확인된다. 국내 10대 그룹(자산 기준) 가운데 엘지 계열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연초보다 50%나 늘었다. 현대·기아차그룹(92%)에 이어 두번째, 삼성(28%)보다 2배가량 높은 증가율이다.
엘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침체 속에서도 투자와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엘지디스플레이가 8세대 엘시디 패널 라인을 증설(3조2700억원)하기로 하고 올해 안에 1조원가량을 투자한다. 엘지화학은 1조2000억원을 들여 엘시디 유리기판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올해 그룹 전체로는 연초 계획보다 8%가량 늘어난 12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집계한 30대 그룹 전체 투자액(73조원)의 17.6%에 이른다. 국내외 마케팅을 적극 강화하면서 곳곳에서 맞수인 삼성과의 신경전도 불거지고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채권분석 연구원은 “최근 일부 신용평가회사들이 엘지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고 있다”며 “영업이익 호전이 재무적 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이것이 확장적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엘지의 약진 배경을 ‘내실 경영’에서 찾는다.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한눈팔지 않고 주력 사업부문의 구조조정과 시너지 확대에 주력한 게 경기침체기에 ‘구조적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우건설·하이닉스 등 기업 매물이 나올 때마다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엘지 쪽은 “기존 사업 외에는 여력도 관심도 없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지주회사-자회사’ 체제가 7년째 접어들면서, 그룹 경영에서 책임과 역할 분담이 안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룹 오너와 지주회사는 전체 사업의 큰 방향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경영 전략과 투자 등은 전문경영인이 알아서 하는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의 투자전략팀장은 “세계적으로 전기전자 업황이 호전되고 있고 환율 등 수출 여건이 좋은 측면도 있지만, 엘지의 경우 지난해 초부터 휴대전화·엘시디 부문에 선제적으로 꾸준히 투자를 강화하며 ‘1등 전략’을 추구한 게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엘지그룹 고위 임원은 “고객중심 시스템 구축과 조직문화의 글로벌화 등 내부 개혁을 추진한 게 조금씩 현장의 변화로 나타나면서 임직원들이 자신감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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