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윈난성 소수민족마을
다국적 호텔·여행사 대신 현지인에 보탬되게
시민사회단체, 소수민족마을 체험 등 선보여
새 트렌드로 잔잔한 바람…여행업계도 관심
시민사회단체, 소수민족마을 체험 등 선보여
새 트렌드로 잔잔한 바람…여행업계도 관심
‘공정여행, 착한여행, 책임여행….’ 최근 국내 여행업계에 잔잔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새로운 여행트렌드다. 각각 이름은 다르지만, 문제의식은 비슷하다. ‘왜 초호화 리조트가 있는 몰디브나 발리의 현지인들은 가난할까.’ ‘우리가 여행지에서 쓰는 돈을 다국적 호텔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몫으로 돌려줄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은 올여름 다양한 공정여행 상품을 내놨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주춤거리는 기존 여행사들과 달리, 대부분 여행상품은 내놓자마자 동이 났다. 국제관광기구에 따르면, 유럽·미국 등에선 책임여행과 에코투어가 2000년대 들어 전체 여행업보다 3배 빠른 속도로 성장할만큼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도 공정여행이 여행산업의 새싹을 틔울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을까. ■ 공정여행, 사업으로 꿈틀 지난 2월 국내 처음으로 공정여행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 중국 윈난성에 다녀온 국제민주연대(khis.or.kr)는 이번 여름엔 3가지 여행상품을 내놨다. 지난 18일부터 8박9일 동안 168만원에 중국 윈난성 소수민족을 체험하는 여행상품을 진행 중인데, 예상인원 25명보다 많은 38명이 참가했다. 다음달엔 내몽골, 티베트 여행도 계획돼 있다. 대중교통보다는 말을 타거나 걸어서 이동하고, 소수민족마을 주민들과 밤새 잔치도 벌인다. 국제민주연대 김경 간사는 “1차 여행을 다녀온 뒤 여러 여행사들에서 ‘공정여행 콘셉트를 써도 되냐’는 문의를 해왔다”며 “하반기에는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해 보다 체계적인 여행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엔지오(NGO) 단체인 아시안브릿지(www.asianbridge.asia)는 지난 14일 사업자등록증을 받고 ㈜착한 여행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여행업에 뛰어들었다. ‘착한 여행 메콩강 시리즈’라는 여행상품을 내놨는데, 베트남·라오스 등 6개국을 차례로 둘러볼 예정이다. 지난 8일부터 5박7일 동안 베트남을 여행한 1차 상품에는 145만원이라는 싸지 않은 가격에도 14명이 함께 했다. 서윤미 아시안브릿지 코디네이터는 “소수민족 마을에 숙소를 정하고 수공예품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가족 단위 참가자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하자센터가 만든 사회적기업인 여행협동조합 맵(map.haja.net)도 ‘착한 휴가’라는 제목으로, 지리산 할머니·할아버지들의 남는 방에 민박하는 상품 등을 판매 중이다. 8월 말에는 네팔의 여성 사회적기업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여성을 위한 히말라야 트레킹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여행기간 중에 네팔의 장애인·빈민단체도 방문한다. ■ 기존 여행업계도 관심 이처럼 공정여행이 본격적인 여행사업으로 뻗어나가면서, 기존 여행업계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 5~19일 관광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33명과 함께 태국 북부, 라오스 지역을 둘러보는 ‘2009 투어챌린지’ 행사를 열었다. 매년 진행되는 행사지만, 올해는 특별히 ‘공정여행’을 주제로 삼았다. 행사에 참여한 김소라(경기대 관광학과 3학년)씨는 “공정여행 수칙을 세워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하나투어 정기윤 과장은 “아직 공정여행 상품을 개발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공정여행은 향후 여행이 가야할 방향이고, 여행업계도 지속가능경영의 차원에서 공정여행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도 공정여행과 관련된 전문 기업가를 길러내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아시안브릿지·맵 등 6개 단체는 오는 9월 ‘대안적 여행기업가 양성 아카데미(www.tour4us.net)’를 진행한다. 160개국에서 진행되는 250여개 책임여행 프로그램을 연결해 ‘책임여행 대중화’에 앞장선 여행기업 리스폰서블 트래블닷컴(www.responsibletravel.com)과 같은 성공사례도 있다. 그러나 공정여행에 대한 15~20년간의 오랜 논의를 거쳐 공정여행 기업이 등장한 외국과 달리, 국내에선 아직 공정여행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충분히 무르익지는 않았다. 아직 ‘씨앗’일 뿐이긴 하지만, 공정여행이 여행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올여름 여행을 떠나기 전, ‘어디로’가 아니라 ‘어떻게’ 여행할지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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