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공정위 과징금 부과 순위
공정위, EU 경쟁업체 신고로 불공정행위 조사중
퀄컴 “로열티 할인·리베이트는 정당한 마케팅”
퀄컴 “로열티 할인·리베이트는 정당한 마케팅”
공정거래위원회가 23일 세계적 정보기술(IT)업체인 퀄컴의 독점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26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의 이번 조처는 국내 시장에서 활동하는 거대 다국적기업의 위법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정위는 이에 앞서 2006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2008년에는 인텔의 경쟁제한행위에 대해 각각 325억원과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퀄컴에 대한 과징금은 차별적 로열티 부과와 조건부 리베이트 등 불법행위와 연관된 매출액의 2.2%에 해당한다.
퀄컴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모뎀칩에 대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1989년 시디엠에이 방식의 통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이동통신 분야의 특허만 4만여개에 달한다. 퀄컴은 이를 바탕으로 2002년 이후 국내 시디엠에이 모뎀칩 시장의 98%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확고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삼성, 엘지 등 국내 휴대전화업체들이 주고객인 퀄컴의 한국시장 매출액은 지난해 38억7000만달러로, 전체 매출의 35%에 이른다.
공정위 조사 결과, 퀄컴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시디엠에이 기술 사용허가를 내주면서 경쟁사의 모뎀칩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차별적으로 높은 로열티를 부과했다. 예를 들어 퀄컴 모뎀칩을 사용하면 5%, 비퀄컴 모뎀칩을 사용하면 5.75%의 로열티를 적용하고 있다. 퀄컴은 또 2000년부터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에 시디엠에이 모뎀칩 등을 팔면서 수요량의 대부분을 자신한테서 구매하는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가령 모뎀칩 수요의 85% 이상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구매액의 3%를 리베이트로 줬다. 퀄컴은 또 이동통신 기술 사용허가를 내주면서 대상 특허권이 끝났거나 효력이 없어진 뒤에도 종전 기술로열티의 50%를 계속 받는 횡포도 부렸다.
서동원 공정위 부위원장은 “퀄컴의 법 위반 행위로 대만의 비아, 한국의 에오넥스 등 경쟁사업자의 국내시장 진출이 제한됐다”며 “이번 조처를 통해 신규사업자의 진입이 촉진돼, 상품이 다양해지고 가격 경쟁이 일어남으로써 휴대전화 제조업체와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퀄컴이 동영상을 저장·재생하는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끼워팔기를 통해 경쟁사업자를 배제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하지만 차영구 퀄컴코리아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로열티 할인과 리베이트는 정당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퀄컴과 삼성, 엘지가 시디엠에이 진영에서 사업적 동맹관계임을 강조하며, 공정위가 경쟁관계인 지에스엠(GSM) 진영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브로드컴 등의 신고를 받아 제재를 한 것은 일종의 ‘이적행위’라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가격 할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경쟁사업자를 시장에서 축출하기 위해 시행한 것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는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경쟁 당국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유럽연합은 2007년 10월 브로드컴, 노키아 등의 신고로 퀄컴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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