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형제의 난’

왼쪽부터 박삼구, 박찬구

박삼구·박찬구 회장 지분갈등
동반 퇴진…박찬법 회장 추대

금호아시아나그룹 총수 일가가 경영에서 손을 떼고, 전문경영인이 회장직을 맡기로 했다. 박삼구 그룹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동생인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본사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최근 그룹경영의 근간을 뒤흔들어 해임됐으며, 이로 인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본인도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박찬법 항공부문 부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승격 추대했다.

박삼구·박찬구 회장은 그룹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3남과 4남이다. 금호그룹은 이날 오전 경영위원회를 열어 대주주 가족회의에서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렇게 결정했다. 박삼구 회장은 “회장 유고시 전문경영인에게 회장직을 넘겨주기로 한 선대 회장과의 합의를 유지하기 위해서 박찬법 부회장을 추대했다”고 설명했다. 박찬법 부회장은 그룹에서 40년 넘게 일한 전문경영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에서 박찬구 회장이 전격 해임됐다. 그동안 금호그룹 대주주 일가는 지주회사인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똑같은 비율로 나눠 갖고 ‘형제 승계’ 전통을 이어왔으나, 박찬구 회장이 최근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크게 늘리면서 ‘형제 갈등’을 겪어왔다. 전날 가족회의에서는 창업주 가족들이 박찬구 회장의 돌출 행동을 강하게 질타했으며, 박찬구 회장 쪽은 해임 결정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예랑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