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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선행지수 100넘어…IMF도 올 성장률 상향조정
소비심리 살아났지만 기업투자·고용시장 불안 여전
소비심리 살아났지만 기업투자·고용시장 불안 여전
국내 자산시장이 활기를 띠고 소비심리가 풀리면서 경기회복을 전망하는 목소리에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다. 오는 10월 이후에는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을 넘어 성장 추세치 자체를 뛰어넘는 ‘팽창 단계’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6월 경기선행지수(CLI)는 100.7로 5월(98.9)보다 1.8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3월(100.7) 이후 최고 수준이며, 5개월 내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경기선행지수는 통상 4~6개월 뒤의 경기를 가늠하는 잣대로, 기준치(100) 이하에서 수치가 올라가면 경기회복을, 100 이상에서 수치가 오르면 경기팽창을 뜻한다. 우리 경제가 빠른 회복 단계를 거쳐 대략 올해 4분기께는 팽창 단계에 접어들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한국과의 연례협의 결과보고서’를 내어, 올해 우리 경제가 1.8%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뒤, 내년에는 2.5%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달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에서 -3%로 한 차례 수정한 바 있어, 약 한달 새 성장률 전망치를 2.2%포인트나 높인 셈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수출, 산업생산, 서비스업 활동 등의 각종 지표가 크게 호전됐고, 기업 및 소비자 지수도 확장 영역으로 진입했다”며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경기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게 만들 만한 정황들은 다른 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은 2분기 소매판매액(경상금액 기준)이 62조85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2분기(61조4548억원)에 거의 근접한 것으로, 1분기보다는 무려 4조6062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체감경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2분기를 정점으로 3분기 내리 하락세를 이어왔던 터라,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소비심리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기업의 투자가 여전히 바닥을 기고 고용시장의 한파가 풀리지 않는 등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변수들도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내수와 수출에서 빠르게 개선되면서 국제 금융위기로 인한 극심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면서도 “대외 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이 남아 있으며 기저효과로 인해 경제지표들의 개선 추세가 일시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도 “지난해 성장률이 2.2%에 그쳤고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아무리 4분기 들어 성장률이 급등한다 하더라도, 잠재성장률 수준을 뛰어넘는 팽창 단계까지 들어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쯤에나 우리 경제가 실질적으로 지난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최우성 김기태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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