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원 공정거래부위원장
33년 공직생활 마무리…대기업 무분별한 사업 확장 비판
행시 15회로 경제부처 차관급 중 최고참인 서동원 공정거래부위원장이 11일 출입기자 간담회를 끝으로 33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지난주 사의를 밝혔던 서 부위원장은 이날 “신임 공정위원장 취임 뒤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려고 사표를 내기로 결심했다”며 “경쟁법 전문가인 새 위원장이 온 만큼 새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 부위원장은 애초 백용호 전임 위원장의 후임으로 내정단계까지 갔으나, 막판에 고배를 든 것으로 알려진다. 서 부위원장은 지난 96년 재정경제원 중소자금담당관으로 있다가 공정위의 핵심 자리인 독점국장으로 전격 발탁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말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약했고, 지난해 3월 이명박 정부의 초대 공정위 부위원장으로 발탁됐다.
서 부위원장은 엠에스(MS)·인텔· 퀄컴 등 거대 다국적기업들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에서 핵심역할을 했다. 상임위원 때인 2006년에 엠에스 끼워팔기 사건의 주심을 맡았고, 부위원장 때는 인텔과 퀄컴의 불법 로열티·리베이트사건 처리를 주도했다. 공정위가 세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은 무려 3185억원에 이른다. 꼼꼼하면서도 온화한 성품을 지닌 그는 ‘시장경제 파수꾼’인 공정위의 청렴도를 높이는데 적잖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서 부위원장은 스스로를 ‘완전한 규제완화주의자’라고 부를 정도로, 지나친 규제는 시장경제의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서 부위원장은 “사자(대기업)가 풀(중소기업 영역진출)을 먹는다면 정신이 없거나 어디가 아픈 경우”라며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에도 비판적이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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